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5일] 균열투성이 '光化門'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맞춰 복원된 서울 광화문의 현판이 석 달도 안돼 균열 투성이가 됐다. '광(光)'자 왼쪽 부분에 세로 방향으로 10여개의 균열이 발생했고 '화(化)'자 아랫부분 등에도 실금이 간 상태다. 현판은 물론 광화문의 대문 목재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어 부실 복원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 앞당겨져 장마철에 작업 광화문은 당초 올 연말 복원작업이 끝날 예정이었으나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광복절 행사에 맞추기 위해 완료시점이 두 차례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광화문 현판을 만들고 글자를 새긴 오옥진 각자장(刻字匠)은 언론 인터뷰에서 "장마철인데 완전히 말랐다고 해서 사용한 거다. 현판 조각 붙일 때 비가 쏟아지고 그랬다"고 말해 복원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됐음을 시인했다. 새로 복원된 광화문 현판은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육송(금강송) 판재 9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1865년 조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했을 당시와 같은 재질ㆍ크기다. 반면 광화문 복원공사를 담당한 신응수 대목장은 "강원도산 육송(금강송)을 베어 충분히 말렸다. 충분히 마른 육송이라고 해도 올해처럼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가 (가을 들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수축하면서 나무가 갈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육송의 특성상 습기가 있으면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뱉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목조각장 허길량씨도 "나무는 아무리 잘 말려도 햇빛을 보면 금이 가게 돼 있다. 특히 광화문은 다른 현판보다 크기 때문에 금이 갈 확률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문화재청도 같은 육송으로 제작한 덕수궁 현판 '대한문'에도 열두 줄에 이르는 세로 균열이 생겼고 이번 복원 이전 콘크리트 광화문에 걸렸던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광화문' 한글 현판에도 수많은 세로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40년 넘게 멀쩡했는데 재복원 현판은 3개월도 안 돼 균열투성이가 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해명이다. 문화재청은 갈라진 틈을 톱밥ㆍ아교 등으로 메운 뒤 단청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신 대목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각자장이 습한 장마철에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정부,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지 못한 문화재청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육송의 특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석 달도 안 돼 갈라지느냐. 거듭 앞당긴 공기에 맞추느라 덜 마른 소나무를 사용, 튀들림ㆍ균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반박한다. "금강소나무처럼 크고 두꺼운 나무일수록 최소 1년 이상 충분히 건조해야 하는데 공기에 맞추느라 덜 건조된 판재를 쓴 것 같다. 습도가 높을 때는 괜찮지만 가을철 들어 건조해지니까 문제가 생긴 것"(박상진 전 문화재위원) "시간에 쫓겨 충분히 마르지 않은 금강송을 갖고 전각을 하다 보니 마르면서 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는 것이다. 숭례문 복원도 꼼꼼히 챙겨야 광화문은 조선왕조 600년을 대표하는 경복궁의 주문이자 고도(古都) 서울ㆍ대한민국의 상징물이자 얼굴이다. 광화문 복원 및 광화문광장 조성 이후 세종대왕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은 사진을 찍는 국내외 관광객들도 부쩍 늘었다. 그런데 당초 1,000년 이상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광화문 현판이 3개월도 안 돼 균열투성이가 됐으니 당혹스럽고 수치스럽다. 가짜 '전통 국새' 파문과 같은 꼴불견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수치를 현판의 균열 상태와 원인을 정밀 조사해 보수작업을 하고 광화문 전체, 그리고 불에 탄 숭례문 복원공사도 꼼꼼하게 챙겨봐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문화재 복원과 국가적 상징성이 큰 사업 등을 업적 홍보무대로 이용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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