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개혁] '말' 안먹히는 기업에 '행동' 구체화

정부는 공식적으로 「재벌해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재벌의 자발적인 해체와 경영실패에 책임이 있는 총수의 자발적인 퇴진 메시지를 끊임없이 재계에 보내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재벌개혁과 관련, 치고 빠지기 전법을 구사해왔다. 수많은 간접화법을 통해 재벌들이 「알아서」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선단식경영의 탈피를 통한 재벌의 독립기업화, 가족 경영과 경영권상속방지, 범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이같은 요청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이같은 원론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은 주요 화두였다. 그러나 일과성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틀리다. 「말로 하는 요청」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자 정부는 문제성 있는 재벌에 대한 과감한 「행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추상적 단어속에 숨어있던 폭발력이 드러나고 있다. ◇재벌사정은 예고된 수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별기업이 아닌 독자적으로 초일류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의 재벌개혁방안은 재벌해체로 해석됐다. 정부는 펄쩍뛰며 부인했다. 정부가 이처럼 재벌해체로 해석되는 정책을 발표하거나 재계와 합의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고 그 때마다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정책당국의 공식적인 움직임과 달리 얼굴없는 당국자들과 金대통령의 측근들은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진행시켰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역임했던 김태동(金泰東)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은 8·15선언 바로 다음날 재벌총수를 황제로 비유하며 비판하고 경영잘못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8·15경축사와 관련 『재벌은 스스로 해체하든지 사법적단죄의 대상이 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여, 정치적논란 등 재벌개혁과정에서 불거질 불필요한 사회적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벌해체와 인적청산 등 민감한 사안을 공식화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의도는 전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재벌계열에 대한 공정위 국세청 검찰 금감위 등의 전방위 압박은 사전에 구체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경고된 셈이다. 단지 정부의 실력행사가 구체화 된 이유는 재벌들이 정부의 의도는 어느정도 인지하면서도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로비 등 잘못된 관행으로 넘기려고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재벌개혁의 사령탑은 누구=金대통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벌개혁의 주인공 역할을 담당했다. 당선자 시절부터 항상 재벌개혁의 현장에 있었다. 재벌총수들과 정부가 개혁을 약속할 때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며 총수들의 약속을 끌어냈다. 최근에는 주인공 역할보다는 총감독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재벌총수들과 개혁을 약속하고 제도적개혁을 이끌어 낼 때는 주인공 역할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으나 정치적으로 논란소지가 많은 최근 국면에서는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의 재벌그룹에 대한 세무사찰은 항상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법대로」라는 국세청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수 만은 없다는 시각이 일부 공감을 얻고 있다. 金대통령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른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공세도 마찬가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디까지 가나= 여당인 국민회의 일각에서 최근의 사정위주 재벌개혁에 대해 일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제도적인 개혁을 좀더 중시해야지 충격적인 요법을 계속 사용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속도조절과 방법변경을 요청하는 주장이다. 재계의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정권내부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의 재벌개혁드라이가 내년 총선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개혁드라이브로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표상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경제회복국면을 강조하는 반대논리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개혁에 능동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재벌그룹에 대한 정부당국의 강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속도조절을 있을 수 있지만 최종 목표를 수정할 기미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최창환기자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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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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