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12월초까지 기업공개 규모는 모두 630억달러에 달해 과거 최대치였던 96년의 460억달러에 비해 36.96%나 급증했다. 증시 침체로 공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야만 했던 연초 상황과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활황장세에 고취된 수요세가 물량증가를 거뜬히 소화, 공개기업들의 몸값도 신규상장 되자마자 급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의 인위적인 띄우기라는 지적과 함께 거품현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업공개 봇물= 공개시장의 열기는 좀체로 식을줄 모르고 있다. 원래 12월은 공개시장이 얼어붙기 마련이지만 이달 들어 벌써 50개 업체가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내년초까지 모두 200개 이상의 공개기업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해 상장 첫날 공개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12월중 상장기업의 시초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100%나 높게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나 벤처 캐피털 등 관련기관도 IPO붐에 편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번 활황기의 자금 조달이 향후 생존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자기관인 펫케비히의 마이클 보러스 이사는 『이같은 공개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모두가 가능한 빨리 투자자금을 되찾기위해 앞다투어 공개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개비율을 축소돼= IPO붐은 증시 활황 탓이 크지만 공개물량 자체가 예전에 비해 적게 나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식을 조금 매각해도 워낙 주가가 높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대 초반의 경우 기업들은 전체 발행물량의 30∼40%를 시장에 매각했지만 최근엔 그 비율이 20%미만까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상장 첫날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초 기업 공개를 단행한 VA리눅스의 경우 발행가는 30달러였지만 개장초 10배수준인 299달러에 거래된 후 결국 700%나 상승한 가격으로 마감됐다.
그나마 투자은행들은 주식을 기관투자가나 일부 개인투자자에게만 공급하는 바람에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물량을 미처 잡지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거품여부 논란= 신규 공개기업의 주가가 치솟는 것은 주간사 증권사 등 관련기관의 의도적인 주가 받치기에 따른 거품현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상장 첫날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건 스탠리의 투자분석가인 존 안더는 『기업의 장기적인 실적에 기초하지 않은채 사실상 거품시장의 성격이 짙다』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지난 90년 이후 상장된 170개의 기업중 현재 거래가격이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만 100개를 웃돌고 있다.
또 현재의 공개절차가 주식 중개인 등 특정세력의 이익만 챙겨주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새로운 공개방식도 등장했다.
온라인 투자은행인 W.R.햄브리흐트사는 최근 인터넷과 경매방식을 이용한 「오픈 IPO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