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퇴근 중 사고를 당했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퇴근’의 범위는 자기집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만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24일 근무를 마치고 귀가 도중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추락해 숨진 세무공무원 정모씨의 유족이 “퇴근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망 전 정씨가 관세사 관리 및 남북교역 관련 업무 등으로 과로한 점이 엿보이지만 이로 인해 뇌혈관계 질환이 발생, 정씨가 의식을 잃고 계단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상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공무상 사망을 인정할 경우 적용되는 퇴근은 단독주택의 경우 집 문에 들어서는 순간,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가 속해 있는 건물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종료된다고 봐야 한다”며 “반면 정씨는 이미 아파트 2층 계단을 오르는 도중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퇴근 중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지난 2002년 9월 관세청으로 전보된 후 남북교역 관련 업무 등으로 매달 40∼90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다 이듬해 2월 귀가 도중 자신의 아파트 2층 계단에서 쓰러져 뇌진탕으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