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외를 없애려면/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과외문제가 경제성장의 발목까지 잡는 지경에 이르러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만시지탄이 있다.교개위는 그 대책으로 과외를 전면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금지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한국당은 고액과외만 금지하는 방안, 학원강사를 학교에 초빙해 과외를 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지금껏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에는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 필요하며 그런 만큼 발상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근본을 다스려야 풀린다. 근본을 다스린다는 것은 우리 교육의 고질병을 고쳐 교육을 근본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무엇이 잘못돼 있으며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의 천민화에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천민화는 세 단계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첫째 고리는 우리나라 교육은 훌륭한 사회생활인을 양성하는 시민교육이 아니라 부귀와 세도를 추구하는 출세교육이며, 출세교육의 관건이 바로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둘째 고리는 출세교육의 관문이 되는 대학입학자는 응시자의 잠재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학입시 필기시험성적(수능성적)에 의해서 선발한다는 것이다. 셋째 고리는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수능성적을 높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 방법 중 하나가 과외열풍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은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교육의 천민화는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가. 과외를 시킬 수가 없고 교육환경이 나쁜 시골에서는 자녀를 가르칠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게 하여 전체 인구의 45%를 수도권에 모아 놓았다. 그 결과는 교통난, 환경난, 주택난, 교육난 등 온갖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뿐인가. 교육의 기틀이 되는 초등교육과 중·고등교육은 절름발이가 되어 있다. 본래의 교육목적은 사라지고 수능성적을 올리기 위한 입시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 수능성적에 관계가 없는 과목을 누가 공부하겠는가.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교육은 선진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발전욕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벼랑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릇된 출세교육 욕구를 시정하고 시골에서도 자녀교육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며 중·고등학교의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과외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개혁대책은 대학입시제도를 수능성적 중심으로부터 내신성적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총점 중 70%는 고등학교의 차별을 두지 않는 내신성적으로 하고 나머지 30%는 수능성적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1백명 중 1등 하는 학생과 시골 섬마을의 고등학교 1백명 중 1등 하는 학생을 같게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교육은 백년대계이며 따라서 교육의 목적은 자라나는 2세들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지 이미 개발된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학입시 선발기준은 잠재능력 측정이 기본이 돼야 한다. 서울소재 고등학교 학생의 유전자가 섬에 있는 학생의 유전자보다 우성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인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능성적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잠재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후천적 환경차이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서울학생이 과외를 하는 동안 섬마을의 학생은 배를 저었다면 수능성적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후천적 환경차이에서 오는 요인은 30%의 가중치를 갖는 수능성적의 차이로 보상해주면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서울대, 고대, 연대, 서강대 등 여러 대학의 조사결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 즉, 대학입학 이후의 대학성적은 수능성적과는 관계가 거의 없고 내신성적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오랜 강단경험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조치가 이뤄지면 과외가 없어지고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며 자녀교육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서울권 과잉집중이 억제되고 국토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과외수혜자인 기득권계층의 불만과 저항을 극복할 개혁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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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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