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이 최우선 가치인 소형차 세그먼트에 BMW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차가 바로 2도어 120d 쿠페다. 3,000만원대라는 가격대는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이 가격 때문에 상윗급인 320d(4,700만원)과 간섭 효과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차를 타는 순간 이 생각은 바로 사라졌다. 3,000만원대의 BMW라는 최대 장점에 세컨드카(second car)로서의 쿠페와 출퇴근용의 세단의 경제성을 모두 지녔기 때문이다. 스포티한 쿠페의 탈을 썼기 때문에 주말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고 연비가 리터당 15.9km로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A3와 같은 동급 세그먼트 중 최고로 출퇴근용으로도 경제적이다. ‘작지만 강하다’는 것 만큼 120d(1,995cc)에 잘 어울리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4기통 엔진블록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커먼레일 직분사 시스템과 싱글 터빈을 결합해 최고 출력 177마력, 35.7kg.m의 강력한 토크를 내고 6단 자동 변속기가 힘을 잘 살려냈다. 때문에 치고 나가는 힘은 마력수를 능가하며 묵직한 토크가 발끝에서 느껴져 역시 BMW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동급 차량 중 유일한 후륜 구동 방식인 것도 특징이다. 스포티한 주행과 우수한 승차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BMW의 앞 뒤 5대5 무게 배분 방식도 그대로 적용돼 브레이크를 밟을 때나 가속시에 안정성이 뛰어났다. 날카로운 핸들링은 역시 BMW의 DNA를 받아 운전자의 마음대로 방향전환이 깔끔하다. 쿠페 디자인이지만 C 필러에서 현저하게 꺾이는 바람에 뒷 좌석에 앉았을 때 다른 쿠페에 비해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역시 쿠페의 특성상 4명의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시승차는 스포츠패키지가 적용된 모델로 벨트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데코레이션 스티커와 6개 피스톤 브레이크, 18인치 휠, 곳곳에 적용된 카본 바디킷 등이 들어간 스페셜 버전이다. 기본형보다 310만원이 더 비싸지만 스포츠패키지를 보면 기본형에 눈이 가질 않는다. 내부 편의장치가 거의 없는 것은 가격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다. 대신 스포츠 패키지에 한해 가속력이 측정되고 엔진오일, 냉각수 온도 등을 알려주는 핸들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 하다. 가격은 3,980만~4,2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