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최고 호황이었던 일본 경제는 1991년 부동산 거품경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20년간의 장기침체 시대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와 끝이 보이지 않는 디플레이션, 다시 돌아온 엔화 강세 등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고지도자의 리더십 상실도 일본이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함정을 재정 확대로 탈출하는 해법을 모색했지만 나라 빚만 늘린 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가 붕괴될 당시 현재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처럼 '돈의 홍수'를 뿌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대증요법에만 의존하다 '잃어버린 10년'을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발행을 남발하면서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월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것은 탈출구가 없는 일본 경제에 대한 확실한 경고로 읽힌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제치고 올라선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42년 만에 넘겨줬다. 일본은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는 수출대국이지만 민간 소비가 전체 경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내수경기의 중요성도 크다. 하지만 오는 2015년 노인(65세 이상) 비중이 전체 인구의 25%로 예상되는 등 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청년실업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를 대체할 새로운 소비계층이 되지 못하면서 내수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처럼 직업 안정성과 자연스러운 임금인상 등을 즐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내수침체는 내수기업들의 출혈경쟁을 야기해 전세계가 물가급등의 위협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은 22개월이나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지난해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원인도 내수침체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이 기간 1.1% 감소했는데 내수감소 비중이 전체 감소분의 3분의2를 차지했다. 미야가와 노리오 미즈호리서치앤컨설팅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취약한 민간소비는 경제를 계속 무겁게 짓누를 것이다"며 "내년 성장률은 (올해의 3.9%보다 낮은) 2% 미만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수출기업들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가시화된 엔고 현상으로 수출경쟁력을 훼손당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엔고가 일본 경제 최대문제로 떠오른 지난해 4ㆍ4분기의 경우 수출이 0.7% 감소했다. 일본 정치권의 혼란도 대형 걸림돌이다. 현재 19.9%로 역대 최저 지지율에 허덕이는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처럼 또 하나의 단명 총리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회복세는 수출대국인 일본에 호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많다.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상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의 약진에 이웃 나라인 우리는 기쁘다"며 "일본 경제의 환경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출이 올해 1ㆍ4분기부터는 살아나 경제가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 대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