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워 시프트 해외] <1부> ① 기로에 선 정치권력

2012 신년기획<br>새해 20여 국가 대선… 정치·경제 패러다임 지각변동 온다



국가권력 교체·리더십 시험대… 경제난에 성난 민심 못잡으면 정권붕괴 등 대혼란 부를수도
미·중·러·일 등 한반도 둘러싼 강대국 간 패권싸움 향방 주목… 경제 블록화 진전 여부도 관심


지난 2011년, 세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격류로 휘말리기 시작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정권 하에서 수십년간 억눌렸던 아랍인들의 민주화 욕구는 들불처럼 번져나가 이집트와 리비아 등의 독재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그리스를 비롯해 일부 남유럽 국가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번지더니 유럽 사회는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뉴욕에서는 스스로를 '99%'라 칭하는 젊은이들이 '월가 점령'을 외치며 부자들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진 변화의 물결은 격변의 2012년을 맞이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올해 지구촌에는 정치권력과 경제영토, 사회질서 등 다방면에서 대대적인 '시프트(Shift)'가 예고돼 있다. 2012년은 주요 국가들의 대통령 선거와 권력이양이 집중된 한 해로 각국 지도자의 교체가 국가별 정세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형을 크게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서 비롯된 선진국 경제의 불안정한 흐름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선전은 냉전 이후 오랫동안 굳어졌던 글로벌 경제영토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와 기득권층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대중들은 지난해 이집트 등 일부 중동국가들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냉혹한 자본주의를 향해 공격의 화살을 겨누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도 사회 곳곳에서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흐름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대통령 선거와 그 결과 나타나게 될 '파워 시프트'다. 올해는 전세계의 무려 20여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거나 권력이양이 이뤄지는 글로벌 리더 교체의 해다.

새해 초 대만을 시작으로 3월에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장을 내밀어 장기 집권을 노리고 4월에는 유럽연합(EU)의 양강 국가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재선에 도전한다. 11월에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가 가려진다.

이 밖에도 핀란드(1월), 멕시코(7월), 슬로베니아(10월) 등에서도 대선이 치러진다. 중국에서는 5년 만에 열리는 공산당대회에서 지도층의 물갈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사망 이후 후계자로 등극한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경기불안으로 실업난과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권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대선이 집중된 한 해인 만큼 2012년 세계 정세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격동이 예상된다. 대만 등에서는 이미 정권교체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역시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시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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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의 리더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프랑스 경제가 가라앉기 시작함에 따라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던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거세지는 와중에 부정선거 의혹에 발목까지 잡혀 이제 당선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지난해 대지진과 원전사고에 이어 민주당 정권의 리더십 부재로 큰 정치적 혼란까지 겪은 일본 역시 정권 존립을 위한 국민 신임을 묻는 총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99%'의 일반 대중이 주축이 된 월가 점령 시위나 러시아에서 벌어진 반(反)푸틴 시위, 중동 '아랍의 봄'을 이끈 민주화 운동 등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폭발한 대중의 힘은 올해 각국의 선거에서 격류를 형성하며 예상치 못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리아나 예멘 등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이집트와 리비아에 이어 민중에 의한 독재정권 붕괴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올해는 주요국들의 국내정세는 물론 국제관계 및 경제정책에서도 격변이 예상된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이 대두되면서 기존 정책노선에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고 정권 교체로 정책의 'U턴'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ㆍ중ㆍ러ㆍ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패권싸움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지난해 급물살을 탔던 세계의 경제 블록화 논의가 어떻게 진전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또는 침체기와 맞물린 정치적 격변은 글로벌 경제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안정적인 세대교체가 예고된 중국의 경우 그동안의 성장세에 다소 제동이 걸리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정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주요국 정권 존립이 위협 받는 유럽의 경우 가뜩이나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가 더 깊은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자국 내 정치 문제 때문에 국제적인 정책공조에 나서기 부담스러워지는 만큼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찾기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부담 속에 이렇다 할 경기부양 수단을 찾지 못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넓은 정책 선택의 폭을 활용해 안정된 경기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2012년에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의 모습이다. 쇠퇴한 유럽과 일본, 약해진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메워 가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올해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적 위상에도 적지 않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변의 2012년에 대해 히라노 에이지(平野英治) 전 일본은행 국제담당이사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국제정치와 경제체제의 틀이 무너졌지만 이를 대신할 새로운 틀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2012년의 키워드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이 아직은 패권을 쥐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고 유럽은 힘을 잃었고 중국은 아직 책임 능력이 없다. 이런 와중에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한 각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는 불안정한 시대로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올해의 모습을 예측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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