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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우려되는 금융의 보수화


요즘 국제적인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일본 정치의 보수화, 보다 엄밀히 정의하면 극우화다. 20년 넘게 요지부동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 여건을 탈출해보고자 하는 조급증에서 극단적으로 선택된 일종의 정치적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보수화 말고도 경제 부문에서는 또 다른 보수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금융의 보수화다. 지나치게 안정성ㆍ유동성만을 따져 돈을 굴리는 저축자들의 행태를 말한다.


지금 일본의 돈은 노인층이 상당히 많은 양을 가지고 있다. 일본 유가증권의 70%, 저축의 58%를 60세 이상 세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록 은퇴는 했지만 이들은 높은 투표율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많은 돈을 가지고 금융 경제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본래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자산에 좀더 적극적으로 운용하게 되는데 그 돈 많이 가진 층이 은퇴자 세대인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회 전체적으로 자산운용의 보수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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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계 금융자산 중 54%는 현금ㆍ예금에 묶여 있다. 원래 일본 문화가 상당히 보수적이고 또 자본시장보다는 은행에 기반하고 있는 금융체제여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버블 붕괴 이후 전후 세대들이 고령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현상이다. 부동산 빼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제로 금리에 가까운 금융상품에 묵혀두는 경제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돈을 빌리는 측이나 빌려주는 측 모두 이윤 동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년 터울로 일본의 초고령화를 뒤쫓아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반드시 피해야 할 목록에 금융의 보수화도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벌써부터 그 단초가 나타나고 있다. 은퇴자산의 미래상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적립금 운용 현황을 보면 그 보수성은 현재 일본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연금자산의 급성장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잠식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옛날에는 은퇴자의 자산운용은 보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 기대여명이 현직 때의 기간과 맞먹는 현대 초고령 사회에서는 은퇴자의 자산운용도 여전히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커지면서 재무이론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의 보수화,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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