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 "비동기 계속"에 IMT2000 혼선

LG "비동기 계속"에 IMT2000 혼선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비동기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탈락한 LG의 반발 때문이다. LG는 정보통신부의 동기식 사업 참여 유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한편 비동기 사업 추진 의사를 흘리고 있다. 사실 SK나 한통이 비동기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해도 LG와 같은 행보를 취했을 것으로 지적된다. 동기식 사업의 경쟁력이 비동기 사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LG의 '동기식 사업 불가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동기식 사업을 추진할 경우 대주주인 LG전자 등의 연쇄 부실을 통해 그룹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 등 전략적 제휴업체들도 동기식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들이 불참하면 LG 단독으로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IMT-2000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LG는 이 같은 이유로 동기식 사업 대신 비동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LG는 최근 들어 "내년 2월로 예정된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신청업체가 스스로 시장원리에 맞게 기술표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동기 사업 추진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물론 정통부는 이 같은 LG의 의지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LG마저 비동기 사업을 추진할 경우 '동기 및 비동기 시장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안병엽 정통부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동기식 사업의 경제성이 낮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내년 2월 사업자가 반드시 동기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당분간 정통부와 LG간의 '기(氣)싸움'은 팽팽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로서는 당초 방침대로 비동기 사업자와 함께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반면 LG로서는 통신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비동기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SK와 한통도 LG의 비동기 사업 추진 희망의사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다. 우선 SK와 한통은 이미 비동기 사업권을 확보한 만큼 구태여 서둘러 IMT-2000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IMT-2000 조기 서비스는 기존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기존 이동통신시장에 쏟은 막대한 투자비를 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LG가 비동기 사업에 참여하면 구도는 달라진다. LG는 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비동기 사업에 매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비동기 사업권을 따낸다면 LG는 서둘러 상용화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SK와 한통은 LG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시장을 포기한 채 IMT-2000 서비스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SK와 한통은 이 같은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대신 LG의 비동기 사업 참여가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LG가 정보통신부를 압박,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낼 경우 서비스 조기 상용화를 위한 외국산 통신장비 수입 증대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LG가 비동기 사업을 추진할 경우 시장선점을 위해 기술력이 입증된 외국산 장비를 도입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 경우 SK와 한통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산 장비 도입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무역역조 심화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SK와 한통은 LG를 유력한 경쟁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들은 일단 LG가 비동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해도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형성된 구도를 깨뜨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통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업종 중 하나"라며 "LG가 비동기 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한통과 SK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동기 사업에 참여해도 LG는 어차피 '꼴찌'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며 "LG가 굳이 통신업에 매달릴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SK관계자도 "LG는 지난번 심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비동기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며 "이처럼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입증된 업체가 비동기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마케팅면에서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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