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단독 회담에서 어떤 의제들을 논의할까.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세기 이상 지속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경제협력도 중요한 의제이지만, 북핵 문제가 풀리고 북미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만큼 평화체제를 논의하기에 최적의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남북 평화선언에 합의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며 이번 정상회담결과가 좋을 경우 합의문이 나올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사전 ‘탐색전’을 가졌다. 물론 대체적인 합의는 양 정상간의 독대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은 2일 평양으로 떠나면서 발표한 대국민 인사말을 통해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도 최근 열린 6자회담에서 연내 핵 시설을 불능화 하는 데 합의해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회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9월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평화 선언도 있을 수 있고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과 만나 2차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두 정상이 비공개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의지를 확인하고 6자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결실이 맺어진다면 평화체제 논의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평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북핵 폐기에 대한 선언적 수준의 답변이라도 받아내거나 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ㆍ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송환 등 인도적 차원의 의제들을 적극 거론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25일 “금강산에 건설 중인 이산가족 면회소가 준공되면 상시적 면회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납북자ㆍ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쉽지 않은 의제지만 양측 정상들이 ‘통근’ 합의에 이를 경우 이 문제도 뜻밖의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정상회담 정례화는 지속적인 남북 쌍방 최고위층의 대화 채널 구축을 위해 최우선적인 의제로 올라 있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는 합의 자체가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장관급 회담에서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 즉 양측 정상의 결단이 필요한 군축, 북방한계선(NLL) 등 의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