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종은행'이 사라진다

市銀 6곳 외국인 대주주…보험·증권도 입김커져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산업구조를 재편시키고 있다. 외국계 은행과 외국합작은행이 급속히 늘면서 순수 국내 자본만으로 운용하는 토종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보험도 외국계 보험사가 주력상품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증권시장 역시 외국인 증권사의 입김이 날로 커지고 있다. 외국자본은 선진금융기법 도입, 수익성 극대화, 경영 투명성 확보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이면에 금융정책의 실효성 저하, 국내 시장잠식 심화, 기업 경영간섭 심화 등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시키고 있다. ◇시중은행 절반이상 외국인 대주주 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절반이상이 외국자본이라는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국내 최대 합병은행인 국민ㆍ주택은행은 물론 서울은행 해외매각이 성사될 경우 9개 시중은행중 6곳이 외국자본이 대주주가 된다. 여기에 씨티은행, HSBC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의 서울지점은 점포망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소매금융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 담보설정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면제한 7%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자 국내 은행들은 일제히 뒤를 쫓아 가고 있다. 이제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바닥인 틈을 이용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승부를 걸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장기적인 외자의 경우 국내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해외신인도를 올리는 데 큰 힘이 되겠지만 단기적인 투기성 자금은 수익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국내 산업기반에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상품구도 외국계가 변화시켜 10여년전 푸르덴셜, ING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해 종신보험을 팔기 시작했을 때 국내 보험회사들은 "시장을 잘못 읽었다"는 비웃음을 보냈다. 그러나 외국계 생보사들은 국내 보험사들이 저축성과 보장성이 뒤섞인 백화점식 영업에 몰두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험원칙에 충실한 종신보험상품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 놓으면서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푸르덴셜과 ING생명은 한국시장 진출 10년만에 안정궤도에 올라섰고 합작사에서 전환한 메트라이트생명도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정착시켰다. 생명보험에 성공한 알리안츠그룹은 국내 손해보험 시장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국내 손보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국내시장 대거 진출 국내 증권사중 굿모닝, KGI, 리젠트, 일은증권 등은 이미 외국계로 변신했고 지난달에는 푸르덴셜이 제일투신증권에 1,100억원 출자했다. 여기에 도이치증권이 기존에 설립된 국내 지점과는 별도로 국내 현지 법인을 설치해 영업에 들어갔으며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기존 증권사와 투신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한국 진출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해외기관투자자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만큼, 국내 증시가 외국자본에 휩쓸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전망했다.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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