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달리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40대 중반 이후 회장이 되더라도 지금 같은 전문경영인과 오너간의 조화로운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신세계가(家) 외아들인 정용진(38ㆍ사진) 부회장은 13일 오후 조선호텔에서 출입기자들과가진 송년 모임에서 “새로운 체제가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신세계호(號)를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구학서 부회장이 협력해 이끌어온 경영구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전권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최근 부사장에서 7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날 그동안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처음으로 출입기자 모임에 참석한데다, 기자들의 질문에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이미지가 안 좋아지면서 덩달아 회사 이미지도 나빠지는 것 같아 앞으로는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서는 “이 회장께서 (저에게) 여러 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뒤 구 부회장과 논의해 스테이보다는 승진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직함만 바뀌었을 뿐 업무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오너로서 한 단계 올라선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고 겁도 난다”며 “이마트와 백화점 등 신규점포 오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와 관련, “이마트의 경우 최근들어 지자체 반발이 심해졌고, 부지도 줄어든데다 땅값마저 올라 주변상황에 맞추는 점포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가 부지 규모에 어울리게 대폭 축소되는 등 업태가 다양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4월 여주에 1호점을 여는 프리미엄 아울렛인 첼시와 관련, “최근 미국에 들러 첼시를 둘러보고 왔다”며 “미국과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만큼 국내에서도 고객 반응이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 3호점을 내기 위해서는 쇼핑 동선, 주차장, 진입도로 등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이와함께 “최근 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신세계 본사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자신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가족과 협의한 사안”이라며 “정 상무가 디자인 전문가이고 감성이 뛰어난 만큼 백화점의 광고, 인테리어, 매장구성, 명품관 부문에 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참여) 그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 그는 와인만 2~3잔 마실 정도로 좋아하던 술을 줄였다며 대신 헬스 등 운동에 전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