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그룹 창업주이자 한국 수송산업의 선구자인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 10주기를 맞는 한진그룹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한진그룹은 '수송외길(Transportaion), 베풂(Oblige), 민간외교(People-to-people diplomacy)' 등으로 요약되는 조 전 회장의 경영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통해 우주항공사업을 비약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스포츠 외교활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16일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한진그룹의 경영 이념은 상당 부문 조 전 회장의 유훈이 투영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진그룹은 수송 분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할 것"말했다.
특히 한진그룹은 지난 2002년 11월 조 전 회장이 작고한 뒤 이듬해 2월 조양호 회장이 취임한 만큼 이번 10주기는 선대 회장의 추모 10주년이자 현재 회장의 그룹경영 10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내년 발간을 목표로 조 전 회장의 전기를 펴내 수송외길과 베풂ㆍ민간외교 등으로 '조중훈 경영철학'을 집대성할 계획이다.
◇'수송은 산업의 혈관' 한 우물 경영=조 전 회장의 한진그룹 창업이념은 수송보국이다. 조 전 회장은 육상운송에서 한진, 해상운송에서 한진해운, 항공운송에서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그룹을 종합수송그룹으로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에 속하게 된 배경에도 이 같은 기업철학이 바탕이 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전 회장은 196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부실덩어리였던 대한항공공사 인수부탁을 받고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 밑지면서도 해야 하는 사업이 있다"며 당시 회사 중역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항공공사는 당시 동남아 11개국 항공사 가운데 꼴찌에 금융 부채만 당시 돈으로 27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수송보국 이념은 현재의 조 회장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조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2003년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를 대한항공의 비전으로 전했다. 이에 10년이 지난 현재 대한항공의 취항도시는 당시 28개국 83개 도시에서 42개국 122개로 늘었으며 매출도 6조2,497억원에서 지난해 11조8,05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조 회장은 이와 관련, 직원과의 만남 등을 통해 "모르는 사업보다는 아는 곳에 집중하고 특히 수송에 관련된 분야에 한 우물을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친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교육과 예술 통한 '한진스타일' 사회공헌=조 전 회장은 1968년 인하학원을 인수하고 1979년에는 한국항공대를 인수했다. 조 전 회장이 기업 경영 외에 가장 큰 관심을 두던 분야는 바로 인재양성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조 전 회장의 이 같은 이념은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1층에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이라는 글귀로 남아 있다. 한 평생을 살면서 가장 뜻있는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조 전 회장은 생전에 모은 사재 가운데 1,000억여원을 공익재단과 그룹 계열사에 기부하기도 했다.
조 회장 역시 현재 인하대 등 인하학원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울러 예술 분야 인재양성에도 눈을 돌려 매년 일우사진상을 열고 작가를 양성하고 있다.
◇대를 이은 올림픽 유치, 민간외교 나서=한진그룹은 현재 삼성 등의 주요그룹과 함께 스포츠 등 민간 분야 외교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그 시작이 조 전 회장이라는 것이 한진 측 설명이다.
조 전 회장은 1981년 88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서울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프랑스 및 아프리카ㆍ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 IOC 위원들을 막후 설득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회장이 지난해 2018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섰던 것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조 전 회장은 아울러 1973년부터 20년 동안 한ㆍ불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프랑스 정부에서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오피셰'를 비롯해 네 차례에 걸쳐 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현재 조 회장의 국제 활동을 이어 받아 프랑스 루브르 및 영국대영, 러시아 에르미타주 등 세계 3대 박물관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