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심이 본 4·11 총선 공약] <4> 일자리·노동정책

청년창업 활성화, 실패자 안전망 없인 효과 의문<br>비정규직 철폐, 무리한 감축땐 勞勞갈등 소지<br>청년고용할당제 위반때 페널티 강제화 필요<br>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는 실현 가능성 높아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심모(32ㆍ남)씨는 최근 취업준비를 포기하고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로 민속주점에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변변치 못한 집안 사정 탓에 재학 시절 내내 알바 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그로서는 어학연수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영어 등 이른바 '스펙' 싸움에서 경쟁자들에게 번번이 밀리고 말았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 관심이 높은 그는 그래서 각 당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꼼꼼히 살펴봤다. 심씨는 "개인의 자활 의지를 강조하는 새누리당은 청년실업 문제를 마치 개인의 능력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았다"며 "민주통합당 역시 막연하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식이어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일자리 창출 등 노동정책은 여야 모두 최우선 핵심 공약으로 꼽고 있는 시대의 화두다. 새누리당은 ▦엔젤투자펀드 확대를 통한 청년창업 활성화 ▦청년취업지원센터 설립 후 공공기관 채용 의무화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 등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내걸었다. 대부분 개인의 능력향상을 도모해 고용과 창업 활동을 늘려가겠다는 것으로 '고기 잡는 법'에 포커스를 맞췄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창업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유사한 정책들이 많이 있어왔다"며 "실제 성공률이 3%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실패한 이들에 대한 안전망 없이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취업지원센터 역시 단기 취업교육에 머물 경우 "돈만 들어가고 효과는 없어 유사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청년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청년고용할당제 의무화 ▦사회서비스 및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을 내걸었다.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 더욱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기본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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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현실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기존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얘기는 현장 근로자들도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얘기한다"며 "기업들이 기존 근로자들의 생산력을 높이거나 자동화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고용할당제 의무화도 위반했을 때의 '페널티' 없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역시 양당의 노동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과제다. 새누리당은 ▦상여금ㆍ성과급 등 지급 ▦대표신청시정제도(비정규직 차별 개선 제도) ▦2015년 내 공공 부문 상시ㆍ지속적 업무에서의 비정규직 고용 전면 폐기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의 존재를 인정하되 '차별'을 시정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이남신 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공공 부문에서의 비정규직 폐기 공약은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 공약"이라면서도 "다만 실행 의지와 가능한지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오는 201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 절반으로 감축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문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제시했다. 법 개정 등의 강제화를 통해 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기업만 패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따른 정규직 반발 등 노노(勞勞) 갈등은 어떻게 풀 건가"라며 "노사와 함께 동의를 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내놓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화물트럭 운전자인 이동호(40대 후반)씨는 "우리 같은 특수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은 불만을 토로할 창구조차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러 형태의 근로조건에 대한 광범위한 시정 없이 그저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구호는 현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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