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 ■ 카르마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서돌 펴냄)日교세라그룹 이나모리 명예회장 경영철학 소개원리원칙 바탕으로 한 도덕 경영이 성공 열쇠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이 사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아니 한 마디로 똑 부러지게 표현하기 어렵다는 편이 정확하다. 지나 온 발자취를 보면 영락없는 기업인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인도의 광활한 사막에서 문득 마주할 것 같은 성자와 같다. 일본 굴지의 그룹 교세라의 사장과 회장을 거쳐 현재는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ㆍ73). 그는 아버지에게서 부를 대물림한 재벌 2세 출신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학을 다녀온 인텔리도 아니었다. 27살에 3,000만원으로 세라믹 회사를 차려 지금은 총 매출 40조원이 넘는 규모의 그룹으로 키웠다. 84년에는 전기통신사업이 민영화하자 DDI란 통신사를 세웠고 이후 4개 민간통신업체와 합병을 성사시켜 NTT에 대항하는 막강한 전기통신사 KDDI를 탄생시켰다. 그러던 그가 97년 회장직을 박차고 탁발승이 된다고 했다. 그냥 탁발승이 되고 싶다는 정도의 ‘희망사항’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는 정말 탁발승이 됐다. 그리고 삶이 무엇이고 기업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기 시작했다. 탁발승이 되려 했던 건 그에겐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일에 매진하고 기업을 일구고 직원들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면서 그가 지켜왔던 것은 필생을 신념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였다. 부와 명예보다 선행을 원했던 결과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삶은 구도자의 것이나 다름없음을 느낀다. 고매한 인품의 군자 모습을 한 그가 어떻게 일본 최고의 기업을 가꿀 수 있었을까. 기업인으로 성공하려면 악마의 꼬리라도 잡아야 한다는 세속의 진리가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적자 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기업의 세계에서 통하는 고매한 삶의 원칙이란 게 도무지 존재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당연한 선입견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 책의 제목인 카르마 경영은 여기서 나왔다.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불교의 업(業ㆍKarma)이 그의 경영철학의 첫 단추다.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인생이 펼쳐진다. 반면에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인생은 잘 될 리가 없다. 이 우주에는 그러한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한 것이 금세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년이나 30년이란 긴 시간을 놓고 생각해 보면 類觀隙?인생은 그 사람 스스로가 생각하고 그린대로 되기 마련이다.” 그는 교세라라는 반도체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성장시킬 꿈을 키웠다. 하지만 변변한 기술 축적 없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발돋움하기란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더구나 대기업의 벽이 두터운 일본에서 벤처기업으로 성공을 꿈꾸는 것은 더욱 힘든 일. 그는 ‘유의주의(有意注意)’하라고 말한다. ‘뜻을 가지고 뜻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기술 개발 현장에서 목적을 가지고 진지하게 뜻을 기울이면 이루지 못할게 없다는 얘기. 결국 다른 대기업도 어려워하던 기술개발에 성공해 IBM에 IC회로 기판 2,500만개를 납품하게 된다. 교세라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였다. 나머지 스토리는 여느 성공한 기업가의 발자취와 그다지 다를 게 없다. 다른 것은 그가 사업을 하는 목적과 그 과정에서 그가 지켜왔던 철저한 원칙이었다. 통신분야라는 신규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것도, 거품 경제 시대 때 다른 기업들이 땅 투자로 부를 불려나갈 때 현혹되지 않은 것도 ‘과연 옳은 일인가’ ‘이것이 과연 선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도덕경영, 정도경영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도덕경영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의지는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란 이익이나 체면 이전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보편적인 정도”라고 말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쯤 되면 그가 불문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이유가 좀 납득할 만하다. “태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더 선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죽는 것,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을 위해 힘쓰고 인격의 도야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생의 기점보다 종점에서 영혼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것 이외에 자연과 우주가 우리들에게 생명을 준 목적은 없다.” 65세에 불도 입문을 하면서 남긴 그의 말은 왜 그가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며 일본에서 존경을 받는지 짐작케 磯?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이 책을 두고 한 말이다. 입력시간 : 2005/09/11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