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감소로 미국 채권 값이 오르는 반면 달러가치는 떨어지는 ‘채권강세, 달러약세’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존 스노우 재무부장관은 최근의 내수부진과 고용악화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미국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둔화 조짐을 나타낼 경우 채권가격 상승 및 달러 약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채권 수익률 계속 떨어져=FRB가 올들어 경제회복과 물가불안을 이유로 연방기금 금리를 1.0%에서 1.5%로 끌어 올렸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지난 6월 5%에 근접했지만 경기둔화 조짐과 함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소 낮아지자 현재 4.2%로 떨어진 상태다. 올 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지난 3월 3%중반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던 것과 비교할 때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기둔화 신호가 뚜렷이 나타나고 물가불안 압력도 줄어들면서 FRB의 금리인상 속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심리가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치 약세도 뚜렷=경기회복에 적신호가 나타난 지난 5월초부터 달러가치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로 당 달러화는 지난 5월초 1.18달러에서 최근에는 1.23달러까지 상승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의 경기둔화와 무역적자 확대를 우려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6월중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19%나 늘어난 558억 달러에 달해 지난 99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병호 하나은행 뉴욕지점장은 “월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유로존과 일본에 비해 회복속도가 늦고, 미국의 무역적자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달러매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