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이 무섭다" "체면이 안 선다" 종종 쓰이는 이 같은 표현들은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즉 남의 평판이 생각을 반영한다. 평판만 좋아도 절반은 성공이다. 포천, 포브스 등 미국 경제잡지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이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랭킹들도 결국은 외부 평가에 해당하는 '평판'을 수치화한 셈이다. 200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미국 기업', '최고의 직장 100', '가장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 '500대 기업' 등에 한꺼번에 이름을 올렸던 위대한 평판을 가진 기업이 있다. 어디일까? 미국 최대의 에너지 회사였던 엔론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눈부신 평판이 발표되던 그해 12월에 엔론은 파산 신청을 했다. 엔론사 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월마트, 골드만삭스, 맥도날드, 네슬레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하나같이 '존경받는 기업'에 단골처럼 이름을 올렸으나 동시에 가장 많은 안티 웹사이트를 가진 기업이자 소비자 보이콧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업이기도 하다. 한국계인 저자 로사 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교수는 "평판을 매기는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순위(랭킹)에 근거한 평판은 아무런 전략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바로 파산한 엔론사. 저자는 "대부분의 외부 평가가 재무 성과에만 큰 비중을 두고 발표되기 때문에 그 같은 모순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렇게 선정된 '평판 좋은' 기업들은 엔론 사처럼 한순간에 무너지거나 정작 위기에 처했을 때 소비자들로부터 싸늘한 외면을 받기 쉽다. 따라서 저자는 평판을 전략적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부 평가에만 연연하지 말고 내부 평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즉 진정한 지속 성장과 경쟁 우위를 쌓으려면 고객과 직원ㆍ파트너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평판을 다각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을 사람처럼 성격이 있다고 가정한 다음 4,000개 이상의 성격 형용사를 연구해 최종적으로 기업 평판 측정에 유의미한 5개의 성격 키워드를 개발해 냈다. 선(善), 흥(興),능(能),격(格), 권(權)이 그것이다. 각각의 성격 형용사를 다시 10개의 하위 성격 키워드로 나누어 이를 활용해 각 조직의 평판을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할 수 있다. 선(善)은 소비자를 이해해 주고 그래서 정이 가는 기업이라면 흥(興)은 흥미로움과 미래지향성이 보이는 젊은 기업이자 배짱이 있는 기업이다. 격(格)은 품격과 세련미를 제공하며 특권층을 겨냥한 콧대높은 기업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책은 기업분석을 위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나아가 비영리 조직과 정당, 정치인과 리더에 대한 '평판 경영'까지도 적용이 가능하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