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파생금융상품 전략은 한마디로 조심스럽다. 매력있는 시장이 분명해 보이지만 성급히 달려들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우선 금융당국의 입장이 분명치 않다. 정부가 파생금융상품시장 육성과 견제라는 두가지 상반된 정책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는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는 선물거래소를 개장하는 등 하드웨어를 마련하면서도 관리감독은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선물거래소가 당초 기대와 달리 저조한 거래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계은행들은 한국정부가 외국금융기관, 헤지펀드, 파생상품에 대한 새로운 감독을 실시하고 나선데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감독 강화는 금융당국의 분명한 입장.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파생금융상품을 아시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며 『파생상품을 적극 규제하기 시작한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한국의 시장여건은 크게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은행들의 파생금융상품 전략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준비에는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제라도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98년말 현재 파생금융상품 시장규모가 51조달러로 전년보다 76%나 늘어났다』며 『국내시장도 곧 이같은 추세를 뒤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외환거래 자유화로 파생금융시장이 팽창할 시장여건이 조성됐다고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한 상품개발과 고객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세계적인 투자전문은행인 호주의 맥쿼리은행과 파생상품개발업무 제휴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업의 재무리스크를 종합관리하는 상품을 개발해 고객 발굴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원화 관련 파생상품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국제금융부에 3명의 외국인전문가 채용을 마친 상태. 한빛은행, 조흥은행 등 대형은행들도 기업고객 확보전을 준비중이다.
신한은행은 파생상품 개발과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기업고객들에게 환리스크와 금리리스크 등 각종 재무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시장을 확보한 시장을 개인에까지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은행 국제부 김일건(金一建)과장은 『주식간접투자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파생상품도 고수익고위험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면 개인들의 재테크수단이 될 수 있다』며 개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노하우을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하고 있는 은행들은 선물매매와 관련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선물매매를 담당할 전문딜러를 확보하고 자체 연수를 마친데 이어 파생금융상품 마케팅 전문가도 확보했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은 크게 도매형과 소매형이라는 두가지 형태로 대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수요에 맞게 환리스크 등 각종 재무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고 재무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의 종합리스크 관리상품이 대표적인 도매형 상품. 소매형은 일반인이나 중소기업을 위해 예금이나 대출상품에 파생상품 요소를 가미한 복합금융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국제금융부의 데이비드 부시 파생금융실장은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에서 파생금융상품이 시작된 16년전 거래규모는 하루 10여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만여건에 달하고 있다』며 『초기단계인 한국의 파생금융시장은 가장 성장세 빠른 금융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