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비상사태 처방싸고 경제수뇌부 역할 변동

오닐 재무장관 밀리고 루빈 前장관 핵심 역할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 경제의 비상 사태를 처방하는 과정에서 경제 수뇌부의 주도권 행사에 중대한 역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폴 오닐 재무부 장관은 중요한 결정에서 밀려나고,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보좌관이 긴급 경기부양책등 중요 정책사안을 책임지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시티은행 회장이 워싱턴 정가에 나타나 민주당의 입장에서 긴급 처방의 주요 대안을 제시하며 의회와 백악관 설득에 성공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정 정책보다 금융정책의 중요성을 인식, 두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함과 아울러 유럽ㆍ일본등 선진국과의 금리 및 외환정책 공조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정책 주도권의 가장 큰 변화는 현역 재무장관이 밀려나고, 전임 정부의 재무장관이 주요정책 결정에 참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맞아 정당 정책의 차이를 떠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긴급 처방을 하도록 원칙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테러 사건 이전에도 오닐 장관은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있었고, 참사 이후에도 막연한 낙관론으로 국민적 정서는 물론 현실 경제에 대한 감각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공화당 내에서 받아왔다. 참사 이후 부시 대통령은 오닐 장관에게 테러 세력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김으로써 중요정책에서 배제했고, 항공산업 구제금융, 감세정책등 긴급 경제대책은 린지 보좌관과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에게 맡겼다고 뉴욕타임스지가 보도했다. 참사직후 의회에서 개최된 긴급 경제대책회의에 그린스펀 의장, 루빈 전 장관, 린지보좌관등이 참석했으나, 오닐 장관은 그자리에 없었다. 오닐 장관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즉흥적이어서 민감한 금융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정치적 감각이 세련되지 못해 미디어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뉴욕 월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루빈 전장관은 참사 직후에 워싱턴에 달려가 민주당 입장에서 그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장을 잘 알고 위기 대처능력이 있는 루빈 전 장관을 통해 공화당 정부가 비상 시국을 틈타 구제금융을 남발하고 재정확대정책을 취하는 것을 제어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루빈은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지만, 경기부양 정책을 남발할 경우 재정 적자를 유발하고 금리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상황을 더 기다려보자며 재정 지원 확대와 감세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성급함을 일단 진정시키고 있다. 루빈 전장관도 그린스펀 의장의 의견에 동조, 백악관의 경기대책이 지연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린스펀은 참사 직후에 유럽과 통화 스와프 조약을 체결하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짐에도 불구, 보름만에 1% 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등 과단성 있는 금융정책을 취했다. 경기부양은 금융정책으로 해야지, 재정 정책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그린스펀의 의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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