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원화 채권 팔자" 자금 이탈 신호탄인가

보유 잔액 한달새 2조6000억 줄어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동시에 자금을 빼냈다.

외국인 자금유출은 지난 6월부터 시작돼 지난달 엑소더스 규모가 크게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한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으로 한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 잔액은 약 102조9,74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6,345억원 감소했다. 외국인은 6월에도 원화채권 보유잔액을 3,518억원 줄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매도 폭을 크게 키워 전월 대비 7배 넘게 원화채권을 팔아치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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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한 채권이 총 2조6,75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사실상 재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차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가들이 만기가 돌아온 대부분의 채권을 매도한 뒤 재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일부 아시아와 유럽 국가에서도 외국인이 채권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도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국 증시에서 16억9,600만달러(약 1조9,766억원)를 순매도했다. 이는 대만(-15억달러), 태국(-8억달러) 등 아시아 주요 7개국 증시 중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은 6월 9억7,1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매도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렸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실적시즌에 실망스런 성적표를 내놓은 데다 이렇다 할 주가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유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 예정된 외국인 보유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는 원화채권은 지난달과 비슷한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채권보유 잔액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환율이 수출 기업들에 유리하게 전개되고는 있지만 외국인투자가에는 불리한 조건이어서 자금유출이 멈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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