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돈맥 경화' 해소가 더 급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재의 연 3.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사려해도 사기 어려울 정도로 실세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콜금리의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통화당국은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불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지적했듯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비추어 경기부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럴당 5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등으로 인해 물가불안 압력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부양 측면만 고려해 콜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에 이어 당분간 유가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상승압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콜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늦지않을 것이다. 물론 고유가 등 악재로 인해 성장률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한은이 너무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재정경제부가 한은의 콜금리 동결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상황은 콜금리를 더 인하한다고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금리인하가 실물 부문의 부양효과를 거두려면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줄여줘 소비와 투자여력을 높여줘야 하나 오히려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늘려 이자소득 생활자의 소비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 또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을 호전시켜야 경기회복에 보탬이 되는데 극심한 내수불황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인데도 자금수요가 없어 통화량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은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단기자금화해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콜금리를 내리면 투자는 늘지않고 국공채 수익률만 떨어뜨려 국내자금의 해외유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 경제가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를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유동성 함정의 폐해는 이미 일본의 장기불황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같은 유동성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신성장 동력산업과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장기회사채시장 및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 최근 초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ㆍ은행예금 및 채권으로 몰렸던 돈이 주식 및 펀드 등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조짐은 자본시장 육성의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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