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수위」 갈등 정상화 난항예고/경영권포기각서·아시아자 매각 등 대립 역력기아그룹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기아그룹 정상화방안에 대해 기아그룹과 채권금융기관의 시각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 1차대표자회의는 채권단과 기아그룹간의 갈등만 노출시키면서 김선홍기아그룹회장에 대한 청문회로 변질된 채 막상 기아그룹 자금지원을 위한 대표자회의는 8월1일로 연기되었다.
양측의 시각차이는 자구노력의 수준과 경영권포기문제로 집약된다.
채권금융기관은 30일 김선홍 회장이 밝힌 자구계획은 한마디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구 강도도 너무 약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측도 같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아그룹과 김선홍회장이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며 지금보다 훨씬 강도높은 자구계획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채권단은 이날 기아측이 연말까지 8천8백명의 인원을 감축하겠다면서 막상 이에 필요한 노조의 동의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부동산 처분 역시 나열식 계획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원매자나 매각일정 등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시아자동차의 분리매각문제도 양측이 팽팽히 맞서있는 부분. 채권단은 아시아자동차의 매각없이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는 반면 기아그룹은 기아자동차와 합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경영권포기문제는 갈수록 감정적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당장 김선홍 회장 등 현 경영진이 물러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아측은 김회장체제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기아측은 특히 채권단이 경영권포기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3자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채권단이 과연 기아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기아측은 공공연히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단과 기아측이 서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기아그룹의 노조까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30일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가 예정대로 열려 1천8백81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기아그룹이 쉽게 정상화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상황이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은 부도유예기간(2개월)중에 필요한 운전자금 일뿐 부도유예협약 만료 후 기아가 정상가동되기까지는 숱한 문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진로가 부도유예협약이 만료되자마자 곧바로 부도위기에 처했던 상황이 기아그룹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상화를 위한 첫 발걸음인 추가 자금지원과 자구계획 수용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아의 정상화문제는 기아의 자구노력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기아그룹의 자구노력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채권단과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기아의 자구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어느 순간 기아 정상화라는 공식 입장이 3자인수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도유예협약은 자체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3자인수를 비롯, 법정관리, 청산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이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