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디자인센터' 건립 난항
서울시 눈치행정에 표류
서울시가 동대문주차장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 「서울 패션디자인센터」가 이 지역 건물주와 상인들의 반대민원을 의식한 서울시의 눈치보기로 표류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동대문주차장 지상에 5층 규모로 건립 예정인 패션디자인센터는 민자사업자로 동부건설을 선정, 지난 5월 이미 인가까지 났으나 주변 상가의 건물주와 일부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업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동대문시장을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는 한편 동대문 브랜드의 수출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건물은 연면적 1만4,797평으로 지상 1~3층(3,000평)은 일반상가로 분양되며 4층과 5층(1,700평)이 패션디자인센터로 꾸며질 계획이다.
우선 1,000평에 달하는 4층에는 외국인 전용의 정보교류실과 상인편의실, 관광안내소, 자유연구실, 전시장 등이 설치되며 5층에는 대규모 패션쇼장(500평)과 어학연구실, 통역실, 수출입 상담실이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추진단계에서 이 건물에 패션디자인센터와 함께 들어설 상가로 인한 임대료 하락을 염려한 건물주 중심의 반대민원으로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시는 사업중단 이유로 교통혼잡 가능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하 주차장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동대문주차장 지상에 패션디자인센터를 세우는 것이 여러 면에서 이익이 많지만 교통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민원인들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어 추진을 중단한 상황』이라며 『이 일대의 교통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의 이같은 방침은 이 지역에 민간업체가 연건평 1만1,700평 규모의 지하 5층, 지상 18층 상가 신축을 진행 중임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상당수 동대문 상인들은 소비자가 상품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데다 외국인 관광객 및 바이어들과의 상담장소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특히 7월 개관한 을지로5가 훈련원 공원 지하의 패션디자인센터가 동대문시장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장소도 좁아 이용이 저조, 동대문주차장 부지에 새로운 패션디자인센터가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다.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H모(35)씨는 『건물주들이 패션디자인센터를 반대하는 것은 교통혼잡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와 부동산값의 하락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대다수의 상인들은 새 상가가 들어서면 임대료가 떨어지고 상권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덕운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S모(43)씨도 『건물주들은 이 일대 상가에도 점포가 많이 비어있는데 또 상가가 들어서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한다』며 『상인 입장에서는 다른 상가가 생기면 손님이 줄어들지 아니면 늘어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지역의 상가건립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의식,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모 대학 의상학과의 A교수는 『동대문 상권과 패션이 세계적으로 진출하려면 이 지역에 패션디자인센터가 꼭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너무 반대민원에 휩쓸리지 말고 상인들 모두가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개최해 공익에 우선하는 결정을 하루빨리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0/10/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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