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역습(逆襲)

채수종 <국제부장>

동물들의 ‘역습(逆襲)’이 시작됐다. 중국에서는 ‘돼지들의 반란’이 일어나 13억 중국인들이 ‘돼지 공포’에 떨고 있다. 있다. 지난달 쓰촨(四川)성 지역에서 발생한 ‘돼지 연쇄상구균’이 불과 수주일 만에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홍콩에서도 환자가 발생했으며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 차오안(潮安)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돼지 연쇄상구균은 사람과 가축에 공통으로 감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흡기와 소화기, 상처 부위 등을 통해 자연 감염돼 급성 출혈성 패혈증과 심내막염, 뇌막염 등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매우 높다. 이번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병든 돼지를 도살하거나 가공한 사람들이다. 또 병든 돼지를 그대로 땅에 묻어버리기가 아까워 정부 관리의 눈을 피해 고기를 먹은 사람들도 많다. 미국과 스페인에서는 ‘미친 소’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은 지난 2003년과 올 6월에 이어 세번째다. 광우병은 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스크라피’라는 병에 걸린 양의 고기와 뼈를 갈아 소의 사료로 공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초식동물에게 병든 양의 고기와 뼈를 먹였으니 성할 리 없다. 광우병에 걸리면 뇌가 스펀지처럼 뚫려 치매가 생기며 몸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영국에서만 이미 수천명이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감염돼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같은 병으로 의심이 가는 여성환자가 7월 말 숨졌다. 이 여성은 쇠고기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시작된 2000년 이전에 이 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는 닭과 오리가 무차별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태국 남부 타쿠아파구 양계장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닭들이 발견됐으며 동시에 이 지역 주민이 괴질현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곳 주정부는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오리 50만마리 가량을 살(殺)처분할 예정이다. 러시아 시베리아 일부 지역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교외에서는 닭과 오리 등에 조류독감이 발생, 양과 돼지가 감염됐다. 베트남에서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에 접촉한 적이 없는 자매 2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소ㆍ돼지ㆍ닭ㆍ오리 등에서 괴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러시아에서 이번에 발생한 조류독감은 인체에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변형균이 나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이 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가금류나 돼지와의 전파 과정에서 또는 인체감염 과정 등을 통해 변이를 일으켜 ‘사람 대 사람’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만약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끼리의 접촉으로도 옮겨지면 아시아에서만 1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와 돼지, 닭과 오리의 반란은 자연의 섭리를 어긴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다. 원하는 고기를 더 빨리, 더 많이 얻기 위해 동물들을 가혹하게 양육하면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동물의 역습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을 위해 1만년 동안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는 동물들의 역습이 시작됐으며 인간의 탐욕이 계속되는 한 언젠가 인류는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괴질이 창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남의 살’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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