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친러세력 관공서 점거에 무력진압… 우크라 또 꼬이나

동부 도네츠크 슬라뱐스크서 유혈 충돌로 사상자 발생

러 무력 개입 우려 고조되며 17일 서방-러 회담 무산 위기

국영 가스업체 "대금 못내" '가스 전쟁' 가능성도 높아져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지역 곳곳에서 관공서를 점령한 친러 무장세력에 대한 무력진압을 개시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친러 시위대를 무력진압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는 17일로 예정된 서방국과들과의 제네바 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13일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친러 무장세력이 관공서를 점거한 동부 도네츠크주(州) 북부 도시 슬라뱐스크에서 진압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아바코프 장관은 "국가보안국 요원들이 작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모든 무력부대 요원들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경에서 150㎞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시에서 무장세력 20여명이 경찰서와 지역 보안국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계급장이나 표식을 달지 않은 군복을 입고 복면을 쓰고 있었으며 러시아제 칼리시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했다. 슬라뱐스크는 그동안 친러 시위가 없었던 곳으로 이들 무장세력은 현지 출신 친러 활동가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WSJ가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슬라뱐스크를 점거한 무장세력은 지난달 크림반도를 점거한 러시아 군대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슬라뱐스크시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경찰서 앞에 운집해 "미국과 서구의 노예로 살기 싫다"면서 "러시아와의 합병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곳 시장 역시 친러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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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러시아 인근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와 크라스니라이만에서도 친러 세력의 관공서 점거가 잇따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크라마토르스크시에서 친러 무장세력은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시 경찰서 건물을 점거했다.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역시 친러 시위대들이 관공서를 잇따라 차지하고 바리케이드를 쳤다. 러시아계가 많아 우크라이나 정부에 해산된 베르쿠트 특수부대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도네츠크주 검찰청사를 점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친러 세력의 시위가 거세지자 도네츠크시 경찰서장은 "유혈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자진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력진압이 시작되면서 17일 예정된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유럽연합(EU) 간 4자회담도 결렬 위기에 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시위 무력진압이 현실화하면 제네바 4자협상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사태해결 협력 전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같은 친러 세력의 무력행사 배경에는 서방과의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전문가 세르게이 레시첸코는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도네츠크를 비롯한 인근 지역이 이미 러시아 수중에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스 전쟁'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업체 나프토가스 회장 안드레이 코볼레프는 러시아의 부당한 가격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완료 시점까지 가스 대금을 유예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에 올해 지불해야 할 5억달러를 아직 내지 못한 상태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끊는다면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한 EU 국가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EU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급중단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스 대금 관련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벌어졌던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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