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까르푸, "한국형 쇼핑공간으로" 현지화 총력

점장·부장급 인사서 한국인 전면 배치지난 9월 중순. 서울 금천구의 시흥대로에 위치한 까르푸 시흥점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점포 오픈을 맞아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면서 벽안의 프랑스인 점장이 한복을 입은 채 돼지머리가 얹어진 고사상 앞에서 어색한 몸짓으로 절을 올리고 있었다. 사물놀이패까지 동원된 가운데 돼지머리엔 적잖은 돈까지 끼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추석 명절땐 프랑스인 점장이 한복 차림으로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떡을 나눠주는가 하면 다양한 민속놀이를 벌여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프랑스계 할인점인 까르푸가 요즘 현지화에 얼마나 높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까르푸가 요즘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끝에 한국형 쇼핑공간을 꾸리기 위한 변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매장과 서비스가 달라진다 최근 오픈 한 매장의 구조 변화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시흥점의 경우 고객들이 손쉽게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상품 진열대의 높이를 1m50㎝로 크게 낮추었다. 의류 매장 전체 바닥을 목재로 깔아 고객들이 고급스러운 매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기 까르푸 매장이 단순히 창고형 할인점이던 것에 비해 최근 매장들은 초현대식 쇼핑몰을 갖추는 것은 물론 넓고 쾌적한 공간 마련을 위해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프랑스 본사의 획일적인 영업 패턴을 고집하지 않고 현지 고객의 구매특성을 고려해 지역사회에 친밀하게 다가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까르푸의 규칙 사항인 '교환 및 환불'의 경우 과거와 달리 상품종류 및 기간에 관계없이 적용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타임서비스를 도입해 손해 볼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상품 전단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우편으로 보내주는 전단 발송 서비스까지 새로 도입하고 있다. 목동점 박수홍 점장은 "기존 영업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켜 고객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면서 "까르푸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는 독특한 전략과 영업 방식이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강점"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목소리가 커진다 까르푸는 최근 들어 한국인 점장 및 부장급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인사ㆍ고용정책에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호 점인 수원 원천점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점장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현재 190명의 부장급 직원 가운데 여성 부장이 32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20대 후반의 부장도 적지 않은 편이다. 황보용 상무는 "까르푸는 연공서열이나 인맥 등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능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면서 "현지인 고용을 우선 목표로 갖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 성장하고 싶은 유능한 인력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다"라고 강조한다. ◇지역사회를 파고든다 까르푸는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추게 되면서 다양한 지역친화활동과 문화행사 등을 통해 현지사회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를 위해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교실'과 '무료 베이커리강좌'를 매장별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또 각 매장의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장학금 전달, 자전거대회, 야외영화제 등 정기적인 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까르푸는 외국계 할인점 중 처음으로 카드가 없어도 고객이 사고자 하는 물건에 대해 간단한 정보 제공만으로 바로 할부 구입을 할 수 있는 할부 서비스와 '까르푸 리볼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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