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공기업 민영화 눈앞] 재벌들 쟁탈경쟁 기지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온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등 민영화 대상 공기업을 잡기 위한 삼성, 현대 등 재벌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특히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이 최근 데이콤 경영권을 포기함에 따라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여겨짐에 따라 그동안 공기업 민영화에 관심을 표명해온 다른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한중에 대한 관심만 표명하고 있으나 중화학공업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아래 가스공사·포철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중공업=8월말 51% 지분 매각이 예정되어 있다. 인수자금으로는 최소 2조원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돼 단독 입찰보다는 컨소시엄형태의 입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물론 외국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공기업 가운데 하나. 추정자산 3조원대, 8년연속 흑자, 국내 최고의 발전설비공급 능력 보유 등이 매력이다. 현재 삼성과 현대, 반도체 포기로 자금여력이 있는 LG, 스웨덴의 ABB, 미국 GE 등이 강력한 후보다. 삼성은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경기에 민감한 조선부문과 상호보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중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현재 자금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중공업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은 G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데이콤 경영권 포기에 대한 대가로서의 인수 당위성을 홍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발전설비 빅딜을 계기로 한중지분 20%를 확보한데다 「중공업=현대」라는 인식, 한중의 전신인 현대양행에 대한 연고권 등을 내세워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너무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이 부담이고 자금력이 뒷받침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LG는 박운서 전 한중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한중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이달중 지분 27.3%를 외국인에게 매각하는 등 연내 48%의 지분을 민간에 넘길 계획이다. SK·LG·삼성 등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는 에너지화학 부분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LG는 반도체 포기이후 에너지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그룹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삼성도 가스공사가 서비스업에 가깝지만 유통, 제조를 망라한 종합산업이고 수익이 좋은데다 이를 인수하면 LNG선박의 건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심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은 최근 LG와 벌인 데이콤 인수전에 이어 앞으로 있을 한국통신 보유 SK텔레콤 지분매각에도 참여할 방침을 밝히는 등 LG, SK와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이들 3대 그룹간의 막후 이해조정도 예상된다. ◇포철=초우량 공기업인 포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룹은 현대·롯데·삼성.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아직 물밑이다. 오는 2001년말에 포철의 일인당 지분한도(3%)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은 새로운 대주주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그룹이 그동안 장내외를 통해 비밀리에 포철의 주식을 사모은 것은 사실이다. 표면적으론 모두 3% 정도(현대 3.05%·삼성 2.7%)지만 정확한 보유 지분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20.84%의 지분이 다음달중 해외나 국내업체에 매각될 예정이다. 해외 DR발행을 통한 매각방안이 유력하지만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국내 철강 수요업체들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삼성 등 철강수요가 많은 대기업의 지분 확보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창업초기부터 철강산업 진출에 애착을 보였던 롯데, 그리고 삼성의 정면 공격이 그리 멀지 않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현대는 제철업에 진출할 여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변수중 하나다. ◇담배인삼공사=4조7,000억원규모의 한국 담배시장의 사실상 독점적 사업자인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외국 담배업체들과 롯데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정부가 상반기중 3개업체에게 7%씩의 지분을 분배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상업체로는 롯데, 미국의 필립모리스, 영국의 BAT 등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는 일단 『지분참여는 남 좋은일만 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언젠가는 민영화될 것이고 이번 지분 매각이 경영권 쟁탈전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신격호 회장의 관심이 많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훈 기자 LHOON@ 고진갑 기자 GO@ 김기성 기자 BSTA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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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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