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송태곤의 셔터내리기 제4보(71~100) 김주호는 76까지로 상변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우변의 대마를 일찌감치 포기한 보상으로 상변을 얻은 것이었다. 우변의 곤마를 정직한 방식으로 수습하려고 들었다면 이 정도의 보상도 챙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쫓겼을 바둑이었으니 일단 최악의 사태는 벗어난 셈이었다. 아직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김주호는 생각했다. 송태곤은 흑77과 79를 선수로 두고 나서 찬찬히 형세판단을 해보았다. 우상귀 방면에 확보한 흑의 집이 줄잡아 50집, 중앙에 붙을 집이 대략 10집, 좌상귀가 5집으로 합계 65집인데 백의 집은 아직 40집 정도. 좌변쪽에 백의 잠재력이 좀 있다 해도 이미 계가바둑은 아니다. 흑승은 확정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포만감이 밀려 왔다. 이대로 셔터를 내리고 두발 쭉 뻗고 자고싶다는 달콤한 유혹. 그는 김주호가 86으로 몰았을 때 87로 셔터를 내려 버렸다. 계속해서 김주호가 88로 때려내자 89로 또 셔터를 내려버렸다. 91로 실속을 취하고 93으로 갈라쳐 이 바둑은 무조건 흑의 완승이라고 그는 굳게 믿었다. 김주호는 상대가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흑87로는 60의 아래에 곱게 때려내는 것이 정수였다. 흑93으로는 참고도의 흑1에 지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2에는 흑3으로 충분한 형세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1-05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