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오픈프라이스제 내실화해야


우리나라의 소비자 정책은 지난 1980년 이래로 정부의 부단한 제도 정착 노력과 소비자단체ㆍ학계 등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 가장 절실한 가격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도입ㆍ시행되면서 소비자 보호와 주권확립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자가 아닌 최종 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하는 오픈프라이스(open price) 제도를 1999년 가전제품ㆍ의류 등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했다. 제조업자가 권장 소비자 가격을 부풀려 책정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최종판매 단계에서의 가격인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부터는 라면ㆍ과자ㆍ빙과류ㆍ아이스크림 등 4가지 가공식품을 추가, 적용품목을 279개로 늘렸다. 제도 아는 소비자는 극소수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가격안정ㆍ인하, 즉 소비자 부담 완화와 소비자잉여 증대다. 하지만 4개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률이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훨씬 높은데다 빙과ㆍ아이스크림 등은 대형 마트를 제외한 판매점들이 가격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판매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2~3배까지 나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이 거세지자 1년 만에 오픈프라이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ㆍ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가격비교 정보를 손쉽게 얻기 힘들다는 현실도 오픈프라이스제와 합리적 소비행태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4개 가공식품에 대한 정부의 오픈프라이스제 적용 백지화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백지화하는 것은 소비자 복지를 바라는 필자로서는 사뭇 아쉽다. 오픈프라이스제는 소비자를 위해 도입한 제도였지만 제도를 인지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판매점들은 스스로 가격을 책정ㆍ표시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지키지도 않았다. 오픈프라이스에 대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미 있었지만 정부는 개선 노력은 게을리한 채 4개 품목을 적용대상에서 빼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오픈프라이스제가 소비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가격경쟁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의 경우 권장소비자 가격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오픈프라이스 적용대상으로 변경했던 만큼 권장소비자 가 제도 개선안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가격비교 정보 확대 정책 필요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가격비교 정보를 확대해나가는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알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총족을 위해 준거가격(reference price) 및 공정가격(fair value, fair price)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가격정보 제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비자들이 유용한 정보를 쉽게 제공받고 있다고 인지하거나 구매에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가격비교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품목을 늘리고 소비자들이 인터넷ㆍ스마트폰 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충하고 관련 정책도 가다듬어야 한다. 부당한 가격설정ㆍ표시 등에 대한 정부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들의 감시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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