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테크'에 빠진 자산가 절세채권 없어서 못산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 하향에 국민주택2종채권 등 품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서울경제 DB

서울 강남에 빌딩 2채를 갖고 있는 김명숙(가명) 할머니는 최근 2개 은행에 분산해놓은 금융자산 50억원을 한 은행으로 통합했다. 사연은 이렇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2개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국민주택채권 20억원어치를 구해달라고 주문했다. 두 PB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확보가 쉽지 않았다. 국민주택채권 거래 자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평소 증권사 채권 브로커와 관계를 돈독히 해놓았던 한 PB가 어렵사리 채권을 구했고 김 할머니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은행에 예치해놓은 25억원을 이 은행으로 옮겼다.


최근 시중은행 PB 현장에서 목격되는 풍경 중 하나다.

고액자산가들의 절세심리가 연초 들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 한도가 하향 조정되면서 절세심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의 과표구간 상한선을 종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특히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사전증여, 기업가의 경우 가업상속 공제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세금을 피하려는 노력이 감지되고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세금부담을 피하려면 전체 소득을 줄여야 하는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줄일 수는 없고 결국 금융소득을 낮추는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자산가들의 절세수요는 늘 있었지만 그 정도가 올 들어 더욱 세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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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호 하나은행 PB사업부 세무사는 "자산가의 경우 자녀에 대한 사전증여를 미리미리 하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산가들은 올해 제도가 바뀌는 가업상속 공제 등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며 "모두가 절세를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가들이 즐겨 찾는 절세전략은 국민주택2종채권 매입이다. 만기가 짧은 할인채 수요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법은 이자소득에만 세금을 부과하는데 할인채는 표면금리가 0%여서 이자소득세가 없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자금노출을 꺼리는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문제는 국민주택2종채권의 품귀현상이다. 채권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시장에서 거래가 실종됐다. 간혹 매도물량이 나오면 즉시 사라진다.

대기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할인채 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2.1%에 달하던 국민주택2종채권의 민평수익률(민간채권평가사 3곳의 평균 수익률)은 2월 들어 1.7%까지 떨어졌는데 부자증세 전망이 나온 시기와 맞물려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수익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주택2종채권 보유자들은 자금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이를 시장에서 되파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현재 물량확보 자체가 어려워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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