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별이 된 작가' 1년만에 관객과 만나

'구본주 유작' 8일부터 사비나등 세곳서

위기의식’(나무, 2000)

‘갑오농민전쟁’‘

서른일곱의 짧은 삶을 굵게 살다간 청년작가 구본주가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작품 ‘별이 되다’는 형광 폴리코드로 만든 자그마한 샐러리맨 조각 1,000개를 천장에 매다는 설치작품이다. 사고 이틀전에 두개의 틀을 만든 것을 후배들이 나머지 988개를 완성해 지난해 광주에서 선보이면서 고인의 뜻을 기렸고, 올해 서울 전시를 갖는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밤하늘의 별처럼 우러러 보게 하겠다던 구본주. 그가 별이 되어 1년만에 자신의 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 시대의 삶과 인간을 따스하게 껴안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형상조각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던 이 청년작가의 죽음은 가족과 한국 미술계에 큰 슬픔을 안겨줬고, 이 슬픔을 추스르기 위해 대규모 추모전이 열린다. 8일부터 인사동 사비나미술관과 인사아트센터, 덕원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는 ‘구본주 1주기전:별이 되다’가 그것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전시다. 한 작가의 유작전을 갤러리 세곳에서 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구 작가가 남기고 간 족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 구본주는 쇠와 나무를 자르고, 두드리고, 구부리고, 붙이고, 갈고, 닦고, 깎아내며 특유의 작품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던 젊은 조각가였다. 그는 리얼리즘 미술운동이 무르익던 80년대 말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리얼리즘 조소예술의 굵은 선을 남겼으며, 형상조소예술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학생시절의 작업들을 포함해서 그의 작업여정은 20년에 이른다. 전시될 작품은 학생미술운동때부터 만들어진 90여 점.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경기도 포천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부인 전미영씨가 보관해온 것이다. 사비나 미술관에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미술사적으로, 개인사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과 나무 조각과 석고, 테라코타 원본 작품이 전시된다. 퇴근길 가장의 모습을 담은 작품‘디앤드’가 관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가면 샐러리맨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작품‘눈칫밥 30년’등과 ‘갑오농민전쟁’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등의 80년대 변혁기 사회현상을 담은 작품들이 함께 선보인다. 인사아트센터 3층에는 브론즈와 철을 이용해 제작된 대작들과 원본 작품을 브론즈로 떠서 제작한 작품 중심으로 40여점이 전시된다. 스무살 어린나이에 에스키스를 만들기 시작해서 28세 되는 해에 2.9m짜리 대작을 완성한 ‘갑오농민전쟁’이 압권이다. 이외에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현실을 풍자한 ‘배대리의 여백’, ‘아빠의 청춘’, ‘위기 의식에 빠진 그는’ 등 브론즈 소재의 대표작들이다. 덕원갤러리에서는 폴리코트와 형광안료를 사용해 제작한 손바닥 크기 정도의 샐러리맨 1,000개를 천장에 설치하는 ‘별이 되다’를 전시한다. 앞으로 박차고 뛰어 나가는 샐러리맨의 형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생전에 최소한의 구조로 관념을 표현하는 모더니즘 조각이 아니라, 역동적인 신체조형의 맛을 살린 ‘갑오농민전쟁’과 ‘칼춤’,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등으로 사회변혁의 열망을 담아냈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그의 혁명적 낭만주의는 넥타이를 매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화이트칼라의 일상으로 눈을 돌려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샐러리맨, 가족들의 애환을담은 작품들을 남겼다. 30년을 눈칫밥으로 일관한 대머리 직장인, 퇴근길에 불을 끄면서 자기 자리를 돌아보는 중년 샐러리맨의 모습 등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담아냈다. 사비나미술관의 김준기 학예실장은 고인에 대해 “힘으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세간의 평을 받은 그는 사실 정교한 기술과 명민한 두뇌가 돋보이는 작가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와 더불어 작가의 프로필과 작가론,작품론, 전시회 리뷰글, 작가가 스승 류인과 주고받은 시와 선후배 작가들의 추모사, 200여 장의 작품 사진을 수록한 자료집도 발간한다. 전시는 28일까지 계속되며, 18일 오후3시 사비나미술관에서 세미나도 있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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