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vs 昌(?)’. 여야 지도부가 옛 정치인들을 찾아 읍소,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임시지도부는 8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당의 위기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정 의장은 “저희들이 잘 해야 되는데 걱정을 끼친 것 같다”며 당내 위기 상황을 거론한 후 “인사도 드리고 혼도 좀 나려고 왔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바쁘실텐데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다”며 “여러분들이 내 정치를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DJ 챙기기’는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이로 인한 10ㆍ26 재선거 참패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특히 호남 정서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 전 대통령에 읍소함으로써 민주당과의 ‘호남 맹주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을 기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표는 “이 전 총재가 당과 국가를 위해 (대선에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박 대표가 이 전 총재의 ‘대선 역할론’과 관련, “정계에서 은퇴하신 분인데 자꾸 정치권에서 그 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실례”라고 일축해온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지난 9월 박 대표와 이 전 총재가 독대했다는 점, 이 전 총재의 정치적 행보가 잦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박 대표측은 “이 전 총재에 관해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확대를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지난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이 전 총재가 확보한 당 안팎의 영향력이 무시 못할 정도란 점에서 박 대표의 ‘창 끌어안기’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향후 대권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이 전 총재가 다소 소원하다는 점을 들어 박 대표가 새로운 역학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