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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적 사고를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고 말한다. 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을 10% 더 좋게 만드는 대신 10배를 혁신해 직접 달에 가보자는 것이다.
문샷 싱킹의 대표주자로는 구글과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는 7,000개의 휴대폰 배터리와 스마트폰같이 조작할 수 있는 전기차로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동차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차는 '엔진 등 하드웨어가 중요하다'는 상식에 대해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전자제품'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산호세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찾았다. 매니저와 함께 중형 세단인 '모델S'에 올라 약 50분 동안 차를 몰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자 문득 테슬라는 기자에게 '너에게 있어 차란 뭐냐'라고 묻는 듯했다. 만약 '붕붕거리며 요리조리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차를 좋아한다'면 테슬라는 재미없고 흥미가 떨어진다. 반면 '운전보다는 차 안의 편안함을 원한다'면 최고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범퍼카에 스마트폰을 얹어놓으면 범퍼카에 실망하는 사람과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듯이 말이다.
모델S는 차의 기능은 최소화하고 전자제품 기능을 최대화했다. 스케이트보드처럼 바닥 차체만 있으면 움직인다. 앞부분에 각종 전자장치와 제어장치, 중간 부분에 배터리, 끝 부분에 엔진과 구동장치가 장착됐다. 엔진과 각종 장치가 없어 뒤는 물론 앞 트렁크까지 정말 넓다.
모델S는 엔진 대신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의 특성이 뚜렷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아무런 소리나 진동이 없다. 운전하는 느낌은 떨어졌지만 승차감은 탁월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듯 갑자기 속도가 줄었다. 속도를 유지하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매니저는 "모터로 가는 전기를 차단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였다"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때는 에너지 효율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조작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절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운전석 옆에 부착된 17인치 크기의 큼직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좌석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차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
엔진이 없다는 것은 관리가 엄청 간편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오일을 갈거나 부동액을 넣거나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1년에 한 번 간단한 점검만 받으면 끝난다. 특히 아주 춥거나 더운 곳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래서인지 노르웨이가 최대 구매국가이고 1억원을 넘나드는 가격에도 중국에서는 한 번에 100대씩 주문한다고 한다. 맞춤형 주문이 가능하고 생산까지는 세 달이 걸린다.
모델S는 차보다는 전자제품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차는 2014년식 등 연식, 하드웨어로 구분한다. 하지만 모델S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버전이 붙는다. 기자가 탄 차는 버전 5.11이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된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차가 알아서 업데이트된다.
테슬라 본사는 모든 차량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한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거나 이상이 발견되면 구매자에게 점검을 요청한다. 차 주인은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밖에서 미리 히터나 에어컨, 음악 등을 켜고 끌 수가 있다.
또 열쇠를 갖고 다가가면 차문 손잡이가 저절로 튀어나오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움직인다. 내려서 문을 닫으면 센서가 사람을 확인한 후 문을 잠근다. 시동을 걸거나 켜거나, 문을 열거나 잠글 필요가 없다. 후진을 위해 손잡이를 'R'로 조정하면 백미러가 알아서 밑으로 움직여 옆 아래쪽을 비춰주고 전면에 부착된 17인치 모니터는 후면을 넓게 비춰준다. 사각지대를 거의 없앤 셈이다.
결국 모델S는 차에 대한 문샷 싱킹을 구현했다. 전기차를 10% 개선하는 대신 10배 좋게 만들었다. 또 차에 대한 상식을 깼다. 차 정비와 운전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는 최악일 수 있지만 운전이나 차량 관리에 관심이 없다면 최고의 차를 만든 셈이다. /산호세=우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