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한국 상품의 국제경쟁력

산업부 李康逢차장한국 상품의 국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들은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첫번제 사례는 가전제품이다. 세계적 가전업체인 일본 소니(SONY)사는 최근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제품가격을 최고 40%까지 할인해주는 대규모 바겐세일 행사를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데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 고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외국업체의 대규모 세일이라는 것도 흥미있지만 소니가 자랑하는 첨단 고급제품들이 대량 염가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국내 가전사들이 곤혹스러워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품질 경쟁에서 소니를 누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 아직 부족하다는 현실이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호텔측이 그동안 사용해오던 중고 호텔용품을 싸게 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려 2,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와 120여종 4만여점의 식기류·주방용품 등을 순식간에 팔아치웠는데 해외 명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열정(?)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주변에서는 이같은 모습들을 외제병으로 매도해버리기 일쑤였다. 사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나라, 어떻게든 수출을 하지않은면 먹고살기가 힘든 나라에서 외제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을 보고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소니의 판매전략이나 하얏트호텔 벼룩시장 사례는 경우가 다르다. 특히 하얏트 벼룩시장에는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들까지 다수 참여해 함께 소동을 벌였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일시적인 허영에 의해 소동을 벌인 것이라고 판단해버릴 일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보다 품질이 우수한 외제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 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많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발을 그 영역을 넓혀왔다. 잘 나가던 80-90년대에는 곳곳에서 메이드인코리아의 기치를 내걸고 고도의 경제성장력을 세계각국에 과시해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금,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중진국이나 후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한국 제품의 성가가 드러나고 있지만 선진국 시장에 있어서는 뚜렷한 성공사례를 발견하기 힘들다. 고작 중저가품으로 할인점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국내 대기업들이 선진국에서 당당히 경쟁을 벌여 사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도 듣기 힘들다. 선진국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도저히 게임이 되지않느냐는 자조감마저 일어날 정도다. 세계 재계 지도자및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화가 이제 엄연한 삶의 현실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세계의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우하함과 클래식한 면 등 소비자에게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는 명품을 원하고 있고 한국의 소비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IMF사태를 기해 허영과 거품을 모두 빼고 명품만드는 기술을 새로 배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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