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더 나은 세상 위해… 기존의 관념·제도 불태워라"

'광주비엔날레' 5일 공식 개막

38개국 111명 참여 66일 대장정

대형 문어그림 '무제'(가운데)를 선보인 제레미 델러의 작품 왼쪽에서는 스털링 루비의 신작 '스토브'가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 재단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앞마당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국작가 스털링 루비의 신작 '스토브'다. 작품 안에서는 실제로 장작이 계속 타고 있다. 연기 너머로 거대한 문어가 보인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작가였던 제레미 델러는 전시장 전면에 가로 29.2m의 대형 현수막을 걸고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거대한 문어 그림을 선보였다.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한 '2014광주비엔날레'가 5일 공식 개막을 시작으로 11월 9일까지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38개국 작가 111명(103팀)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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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큐레이터인 제시카 모건 전시 총감독은 "작품 중에 터전을 불태우는 행위를 표현한 작품이 많다"며 "지리적 장소, 물리적 제약, 자신을 가두고 있는 개념부터 제도·성의식·집 등 기존의 것들을 불태우려는 예술가의 시도가 표현됐다"고 총평했다. 주제는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불꽃과 연기를 모티브로 해 픽셀 작업으로 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 엘 울티모 그리토의 벽지는 6,606㎡(2,000평) 규모의 전시장 전체를 둘러싸며 실제로 공간이 불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전시장에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옮겨온 스위스 출신 우르스 피셔 등 집과 도시 풍경 등 '터전'을 강조한 작품들도 다수다.

'터전을 불태우라'는 체제 전복적인 주제에 부합해 전시작 상당수는 억압과 통제의 사회상을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사진작가 김영수는 주변 경험담을 토대로 고문 장면을 연출해 국가 안보라는 미명하에 시민을 고문하던 시절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키엔홀츠와 낸시 레딘 키엔홀츠는 군사 독재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편 올해는 참여 작가의 90% 이상이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하는 작가로 구성됐다. 이불, 윤석남, 성능경 등 중견 작가도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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