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중 AEO약정으로 낮아진 통관장벽… 중국 수출길 넓힌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신속통관·물류비용 절약 덕 봐<br>낮은 인식·비싼 비용이 걸림돌… 관세청 "지원 확대"


#다국적 반도체 기업인 앰코테크놀리지코리아는 중국과 거래하면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중국 현지 법인에 잘못 보낸 물건을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한 달이나 걸렸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일주일이면 될 일이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통관 절차는 우리나라의 1970~1980년대 수준"이라면서 "관료주의가 여전하고 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의 A지역에서 순조롭던 수출 거래를 B지역으로 넓히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내 관세법은 물론 A지역에서는 물건을 특송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B지역에서는 특송으로 보낸 물건은 통관처리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 코어 관계자는 "납기일을 생명으로 하는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지역마다 다른 중국의 관세 행정이 걸림돌이 된다"고 토로했다.


미국이 지난 2002년 9ㆍ11테러를 당한 후 국내 수출입기업에는 종합인증우수업체(AEO)라는 무역장벽이 생겼다. 미국은 테러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기 위해 수출입업체ㆍ운송인ㆍ창고업자ㆍ관세사 등 무역과 관련한 업체는 관세 당국으로부터 보안에 관해 엄격한 심사와 인증을 받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세계 무역량의 80%를 차지하는 75개 국가에서 AEO인증은 당연한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관세 당국도 AEO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각국 관세 당국과 상호인정약정(MRA)을 맺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과 AEO상호인정약정을 체결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관세행정이 복잡한 중국과 AEO를 맺음으로써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의 통관 장벽을 낮췄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수출입기업들도 AEO인증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AEO인증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인증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9ㆍ11 테러 이후 또 다른 무역장벽 AEO=미국이 2002년 전세계에서 처음 AEO인증제도를 도입한 이래 일본(2007년), 유럽연합(EU)과 중국(2008년)등 다른 나라도 AEO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75개국이 AEO인증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전세계 무역량의 80%에 달한다.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AEO 규제가 발생하면서 각국에서는 AEO인증을 통해 자국 수출입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위협에 대비해 보안을 가장 중시한 AEO제도를 운영하고 미국 등은 수출기업의 지원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및 EU는 물류 안전과 수출입기업 지원 모두를 추구하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확대되면서 관세장벽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주요 국가는 각종 관세행정 등 비관세장벽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통관 지연으로 판매 기회를 잃거나 생산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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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O인증 여부에 따른 차별도 크다. 받은 기업은 신속하게 통관을 처리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별도의 검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삼성전자의 통관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수출물품을 잃어버리는 등 물류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을 현지에서 운반할 때는 분실을 우려해 보안업체에 맡겨 호위하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AEO인증으로 만리장성 넘는 기업들=수출입 기업이 애로를 겪는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 내 법이 각 지역에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가의 통제가 심해 우리나라 수출입 업체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는 게 수출입업체들의 지적이다.

관세청은 6월 중국 관세 당국과 AEO상호인정약정을 체결했다. 2012년 기준으로 수출의 25%, 수입의 16%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장벽을 하루빨리 낮춰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9월부터다. 2013년 AEO 최고 등급인 AAA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중국 내 각 지역마다 달랐던 관세 행정 장벽을 해소했다. AEO인증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이 통일된 국내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단기간 경제적 비용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신속한 통관으로 납기 준수와 물류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앰코테크놀리지코리아 역시 반도체 업계로는 처음으로 AEO인증을 획득했는데 최근 중국과 거래에서 실효성을 느꼈다. 앰코테크놀로지의 한 관계자는"중국의 관료주의로 통관 업무가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물품 발송 기간이 다른 나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AEO인증…비용 비싸고 인식 낮아 보완필요=AEO인증을 받지 못하면 무역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입 업체에서는 확산된 인식이다. 그러나 중견 ㆍ중소기업에는 아직 인식이 낮다. 또한 대기업 역시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통일된 서류 양식이 없고 인증을 받고 사후관리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내 CCTV 설치 등 까다로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사내에서조차 AEO인증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약 5,000만원 이상 드는 인증 컨설팅 비용도 부담이 된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AEO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300종에 2,500장"이라면서 "중소기업에는 서류를 간소화하고 기간을 줄여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법적인 준수와 장비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인큐베이터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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