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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24일 장중에 연중 최저가까지 떨어지는 등 극심한 변동 흐름을 이어가자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도 부산해졌다.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매입했던 투자자나 유학 자금 등이 필요한 달러 실수요자 중심의 문의가 평소보다 2~3배 많아졌다.
특히 달러 강세를 점쳐왔던 고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PB들의 견해를 묻는 등 재테크 전략을 숙의하는 모습이다.
이날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를 찾은 60대 고객은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달러를 거둬들일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5월부터 달러를 꾸준히 매입해왔는데 원화가 되레 강세를 보여 의외"라며 "하지만 지금 정도면 환율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고 분할 매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주위를 보면 환율 흐름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달러를 팔 생각을 하는 이도 있는 것 같더라"며 "자산 포트폴리오나 유동성 등에 따라 대응법도 다르지 않겠냐"고 전했다.
원화 가치가 오를 때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 은행에 들른 고객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같은 지점에서 만난 한 40대 고객은 "미국에서 아들이 공부하는데 오늘 8만달러를 부치기 위해 왔다"며 "주위에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달러 투자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 WMC 센터지점의 한 고객은 "달러 투자로 생각보다 재미를 못 봤다"며 "역외 펀드가 (수익률이) 괜찮다고 해서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PB들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고객 응대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현 상황에서 달러의 분할 매수 전략에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특히 출구전략이 언급되고부터 달러 강세를 예측한 곳이 많았던 만큼 고객 응대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압구정 PB팀장은 "환율 예단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재 환율 수준이면 분할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고 진단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지점장도 "환율의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실망 매물을 쏟아내려는 고객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환율 흐름도 달라지지 않겠냐"며 "그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지금은 매수 스탠스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은행 PB 창구에는 달러 매입을 하겠다는 문의가 평소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팀장은 "자산가일수록 환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외화연금보험 등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는 이참에 달러를 많이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필희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 WMC 센터지점 PB팀장 역시 "특히 해외 교포들이 달러당 1,080원대부터 꾸준히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며 "당장은 환율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연말이나 내년이 되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