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행복 바이러스

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세계로 확산되면서 살인독감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살인 바이러스’로 불리는 H5N1 바이러스가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문턱인 터키와 루마니아를 넘어 그리스에 도달하더니 유럽의 심장부인 영국과 스웨덴으로 확산되고 있다. 철새의 이동 경도를 따라 확산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미주와 아프리카 상륙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구촌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날아오는 철새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감염된 철새들이 날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 뾰족한 대책이 없다. 각국 정부는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가금류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수입검역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철새 도래지에 사는 사람들은 날아드는 새를 향해 총을 쏘고 새 둥지를 찾아내 부숴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조치를 동원해도 조류독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시아에서 이미 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점차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사람간 전염이 될 경우 희생자는 수백만에서 수천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놓고 인류에게 대재앙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앙의 상처는 아무리 깊어도 시간이 지나면 나을 수 있다. 참혹하게 찢겨진 상처에서도 새살은 돋는다. 이미 스위스 로슈사가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각국이 공동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문제는 살인 바이러스가 아니다. 미움 속에서 자라고 퍼지는 ‘증오 바이러스’다. 증오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미움을 받은 사람은 다시 증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 퍼져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극성을 떨치던 뉴올리언스에서는 미 정부가 구조를 늦게 해 흑인들의 희생이 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흑인들은 증오심을 앞세워 뉴올리언스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슈퍼돔에서는 강간과 살인사건이 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게와 주인이 대피한 빈집을 약탈했다. 시민들은 자연재해보다 약탈자에 의한 2차 재앙에 더욱 몸서리를 쳐야 했다. 하지만 최종 발표는 달랐다. 총사망자 1,056명 가운데 흑인(44%)이 백인(50%)보다 적었다. 미국이 이처럼 카트리나로 갈갈이 찢겨질 때 아랍권 방송에서는 ‘신의 군대’가 응징을 하고 있다고 조롱을 했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반감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죽음조차 홍보용으로 이용해야 했는가 묻고 싶다. 윌마로 도시가 침수한 멕시코에서도 증오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멕시코 남부 휴양지 칸쿤에서 주민들의 약탈이 이어졌다. 그들은 평소 갖고 싶었던 대형 가전제품을 2~3명씩 짝을 지어 날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추악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증오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좌익과 우익의 이념논쟁이 죽기살기로 펼쳐지고 있다. 서로 물고 뜯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분규양상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노사분규는 이미 춘하추동 1년 내내 벌어지고 있다. 또 재계에서는 아버지한테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들의 재산다툼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자해에 가까운 소동을 피며 검찰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불려다니고 있는 두산그룹 오너 형제들이 그렇고 그룹 회장 명칭을 놓고 형과 동생이 서로 양보 없이 다투고 있는 대성그룹이 그렇다. 또 4형제가 두 패로 나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은 극구 피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한진그룹도 다르지 않다. 모두 남들만도 못한 형제들이다. 미움 탓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증오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면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증오 바이러스를 박멸해야 한다. 방법은 ‘행복 바이러스’다. 서로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려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에게 먼저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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