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국제 공동 R&D로 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할 것<br>선진 첨단기술 직접 배우게 해 시장 선점기회 확대<br>마이스터고-중기 등 교류 늘려 인력 미스매치 풀어야<br>기술개발→사업화→고용창출 선순환 구축도 최선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국제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기술 선진국과의 교류를 통해 선행기술로 보다 빨리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선제적으로 수요를 조사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재훈(53ㆍ사진)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중소ㆍ중견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바뀌어야 하고 또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경쟁을 촉진하도록 룰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해외 한인 공학자들을 국내 R&D에 참여시켜 과제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 기술 선진국과의 교류를 통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우리 산업기술 인력이 최첨단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KIAT에 마련된 중견기업육성지원센터에서는 KOTRAㆍ중소기업진흥공단ㆍ정책금융공사 등 외부 전문기관들과 함께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 원장은 "어느 정도의 독자적 생존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 기술 확보, 인력 수급, 마케팅, 경영 컨설팅, 해외시장 확대 등 단계별로 원하는 사항을 패키지형으로 통합,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이날 취임 50일을 맞아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산업통'답게 중견기업 육성,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와 고용 창출, R&D 사업화 등 우리 산업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설파했다.

현재 정 원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일자리다. 기업과 구직자 간 인식의 불일치로 대다수 중소ㆍ중견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그는 "중소ㆍ중견기업에서 신나게 일자리를 만들어도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아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에 인재가 가지 않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KIAT는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정보를 얻을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이음 프로젝트와 같은 인식 개선 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TV 드라마 작가 13명을 초청해 중견ㆍ중소기업을 탐방하기도 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는 중소기업 취업을 전제로 한 장학금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정 원장은 "직접 기업을 다녀와본 친구들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다음으로는 부모님과 함께 업체 투어를 진행해 인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애인으로까지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KIAT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이지만 교육부ㆍ고용노동부ㆍ지방자치단체와도 같이 업무를 하니 고용 창출을 위해 정부부처 간 협업하는 허브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정 원장은 "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중소기업들이 석ㆍ박사급 고급인재를 채용하도록 돕는 채용장려금 지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술인력 맞춤제공을 위해서는 퇴직자나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등 소외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지원해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확산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현지공장 건립 등과 같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정 원장은 "저임금을 좇는다면 비난하겠지만 거대한 내수시장을 뚫기 위해 나가는 것을 어떻게 말리겠느냐"면서도 "다만 너무 급격하게 진출하는 것은 자제하고 또 핵심 밸류체인 업체와 모두 함께 나가지 않고 한국에 있는 중견기업은 유지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R&D 사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정 원장의 톤이 다시 높아졌다. 현재 주요 부처별로 R&D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개발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로 나온 개발 성과물에 대해 관리하거나 확산시키려는 계획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

이와 관련, KIAT는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에 대해 추가 기술개발, 제품 성능 인증,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해 성과물의 사업화를 이끄는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기술개발만 하고 활용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R&D를 할 때부터 생산라인 증설이나 채용 계획 등 시장을 고려한 사업화 과정을 염두에 두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정 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일자리 창출 중심의 산업기술 사업화를 강조해왔다. 사업을 수행할 때 고용 창출을 최우선으로 평가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KIAT가 기술개발을 지원하면 지원 받은 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술사업화 업무의 경우 비즈니스 아이디어 발굴에서 실제 시장에서의 매출 발생까지 연결시키는 작업이라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원장은 "KIAT는 R&D 과제 기획에서 평가ㆍ성과관리까지 전 주기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므로 각 부처, 각 기관의 다양한 R&D 성과물을 한데 모아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KIAT가 범부처 공동의 '기술사업화협의회'를 꾸려 개별기관을 서포트해주면 부처 간 벽을 허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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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업도 KIAT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 지역 기업과 수도권 기업과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이미 각 지자체와 지역별 테크노파크 등 유관기관들이 지역이 주도하는 R&D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기에 사업이 집행되는 현장에서 한계와 애로점이 무엇인지 세밀히 들여다보고 소통과 협력에 조금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자체가 전부 최첨단산업만 접근하려고 하는데 각 지방에 있는 공예 산업 같은 전통산업도 생각과 방식을 달리하면 지역형 산업으로 고용 창출의 동력이 될 수 있으므로 스펙트럼을 폭넓게 보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는 과거 선진국을 쫓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이제는 '퍼스트 무버'로 창의적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창조경제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정 원장은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지식이 산업과 접목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정 원장은 "다시 보기와 새로 보기라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산업 전반에 융합적인 마인드가 확산돼야 옛것과 새것의 만남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다시 보기란 기존 산업에 창의적인 사고를 결합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부가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며 새로 보기란 기존 산업과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느닷없이 의식주 이야기를 꺼냈다. 포목 도매상을 하다 청바지를 개발해 대박을 친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포도주에 라벨을 붙여 부가가치를 높인 로칠드 가문(식), 홈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된 아파트(주)와 같은 사례는 기존 생활 속에서 신제품을 만들고 인간의 감성과 오감을 끌어낸 대표적인 융합혁신 사례라는 것.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해답은 '기술인문융합'이다. 정 원장은 "KIAT가 대학로에 만든 기술인문융합창작소에서 매달 창의융합콘서트를 하면서 이종분야 전문가 교류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인문을 산업기술에 입히는 작업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역설했다.

He is…



▲강원도 춘천 ▲용문고 ▲성균관대 사회학과 ▲행정고시 26회 ▲서울대 행정대학원 ▲일본 사이타마대 정책학 석사 ▲핀란드 헬싱키대 경영학 석사 ▲순천향대 경제학 박사 ▲상공부 사무관ㆍ산업기술정책과 ▲지식경제부 대변인ㆍ무역정책관ㆍ산업경제정책관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ㆍ에너지자원실장ㆍ산업경제실장 ▲산업기술진흥원장



■ 정 원장은
과감한 업무추진·결단력으로 '독일 병정^백상어'로 불려
현장과 소통·공감 경영 강조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집무실에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패러디한 '대한민국 산업경제 구하기'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시절 박원주 산업경제정책관, 정대진 산업경제정책과장 등과 함께 손발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쏟아낸 것에 대해 영화 주인공을 대신해 이들의 얼굴을 넣어 산업부 후배들이 직접 제작한 것.

정 원장은 대내외에서 '독일 병정' 혹은 '백상어'로 불린다. 모두 그의 과감한 업무추진력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민감한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보여준 결단력은 늘 눈에 띄는 정책을 탄생시켰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표했던 노후차 세제지원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대ㆍ중기 유통업계 상생의 기초를 닦았으며 현재 중소기업청으로 이관된 중견기업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술사업화, 중소ㆍ중견기업 애로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산업현장의 현안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 '산업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 원장은 시원시원하고 선이 굵은 스타일로 리더십이 돋보인다. 과거 산업부 축구동호회 회장을 맡는 등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대변인을 1년4개월간 맡을 정도로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올 초 과감히 용퇴를 결정했을 때 많은 후배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 원장은 공직을 떠난 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실제 주인공인 서희태 지휘자가 동료 음악인과 결성한 '놀라온 오케스트라'의 무보수 명예단장과 'SNS 희망나눔'이라는 봉사단체 공동대표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또 공직 시절부터 항상 페이스북에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를 연재하며 많은 '페친(페이스북 친구)'과 소통하고 있다.

업무에 있어서도 정 원장은 항상 현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취임식에서도 '소통과 공감의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조직이든 성과를 내려면 직원들이 같은 심정으로 뛰어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염불"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직원 미팅을 가지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행사나 기회를 통해 KIAT의 핵심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현장 확인 행정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 사업현장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절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KIAT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 전담기관으로서 기관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데는 조금 미진했던 것 같다"고 평가하며 "산업부 지원기관 중에서 KIAT의 위상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산업기술 분야 R&D 사업과 관련해 정부 예산을 위탁 받아 집행하는 KIAT가 1년에 다루는 예산 규모는 1조2,500억원에 이른다. 또 기술사업화, 중견기업 지원, 지역산업 육성, 소재부품 산업 지원 등 순수과제 평가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개발 전 주기에 대해 단계별로 지원하는 것도 KIAT의 역할인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는 것.

특히 정 원장은 "많은 것을 한번에 실행하지 않고 단계별로 나눠 조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 내에서 추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여러 부처ㆍ기관과의 창의적인 융합으로 고용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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