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유로존의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성명에서 "국민들의 긴축재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회원국임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로스 톨카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도 "4일로 예정된 내각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그리스의 정치혼란으로 집권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데다 국민투표 결과도 장담할 수 없어 지난주 EU 정상들이 합의안 2차 구제금융안이 백지화되고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탈퇴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의 정치적 승부에 대해 유로존 수장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구제금융안을 거부할 경우 국가부도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EU 정상회의를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공동성명을 발표해 "EU 정상 합의안 이행만이 그리스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저녁 파판드레우 총리를 불러 긴급회동을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고위 금융인사들이 총출동한다.
그리스 내부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통신 ANMA에 따르면 집권 사회당 소속 밀레나 아포스토카리 의원은 총리의 결정이 국가를 분열에 빠뜨리고 있다며 탈당의사를 밝히고 무소속이 됐음을 선언했다. 이로써 집권당은 전체 의석 300석 중 152석으로 줄어 4일로 예정된 의회의 내각 신임투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리스 제1야당인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도 "파판드레우 총리가 자기만 살기 위해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다"고 비난하며 조기총선을 압박했다.
한편 그리스 국민투표 실시로 디폴트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전세계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61% 떨어진 1,898.01포인트로 마감했으며 닛케이지수도 2.21%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7원80전(0.72%) 오른 1,121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