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북 쌀 지원의 조건(사설)

정부는 그동안 금지해왔던 민간차원의 대북 쌀 지원과 기업의 지원활동 참여도 허용키로 했다.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강경 선회했던 대북정책이 유화적으로 다시 방향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정부는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은 남북당국자회담을 통해서만 하고 민간 차원의 지원도 쌀과 현금은 불가하며, 국제기구의 지원요청땐 정부차원에서 참여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번 조치는 민간차원의 쌀지원 불가원칙을 허무는 것으로 앞으로 대북정책이 강경에서 유화로 바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깔려 있다. 군량미로 전용될 것을 우려해서 쌀지원을 불허해 왔으나 북한의 식량난은 극도에 이르러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방관만 하고 있다는 국내외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4자회담에 진전된 자세를 보임에 따라 4자회담 성사와 남북관계 개선을 유도할 전향적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황장엽노동당 비서의 망명으로 빚어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유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최근 일고 있는 종교단체와 시민운동단체의 북한동포 돕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쌀 지원 문호가 열렸다고 해서 무질서 하거나 경쟁적인 지원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선의의 동포애가 자칫 북한의 오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인도주의는 반감을 부를 수 있다. 너도 나도 한건주의에 흐르거나 과열 모금운동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조용히 그리고 지원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의 식량난은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일의 연설문에서도 확인되었다. 동포가 어려운 처지인데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마는 무분별한 인도주의가 부를 반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처럼 주고 뺨맞기식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 지배층의 돌발적·반이성적 행태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체제이면서도 남한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미국이나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심지어 핵폐기물을 받아들이면서까지 대만에 「구걸」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라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나라가 한국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고깃국에 이팝」을 주민들에게 먹일 수 있고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통일을 대비한 장기적인 구상과 비용조성에 나서야 하고 식량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연구해둬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