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명분 접고 실리외교 이어갈 듯

천광청, 고향 탈출 27일만에 뉴욕 도착<br>"보편적 인권" vs " 내정간섭" 양국 시각 달라 불씨 여전

미국ㆍ중국 간 외교 충돌의 도화선이 됐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ㆍ사진)이 19일 가족과 함께 미 국적기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을 타고 뉴욕 뉴어크공항에 도착해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천씨가 고향인 중국의 산둥성 시골마을 이난현 둥스쿠촌에서 지난달 22일 탈출을 감행한 때로부터 27일 만이다.

그는 이날 자신이 체류할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뉴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격동의 세월을 보낸 끝에 마침내 산둥을 벗어났다. 이 모든 것이 지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씨는 이에 앞서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른다"며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천씨와 그의 가족은 안전한 미국행 선택을 받았지만 그의 탈출을 도운 가족과 동료 인권운동가들이 앞으로 중국에서 받을 박해와 신변 위협이 걱정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천씨 처리를 놓고 미중 양국이 천씨의 망명이 아닌 '유학'이라는 절충점을 찾음으로써 일촉즉발의 외교적 갈등의 파국은 피했지만 '인권'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게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존중을 중국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의 분열과 음해를 기도하는 내정간섭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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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양국의 시각차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회복은 물론 외교ㆍ안보 등 다방면에서 서로의 이해와 공조가 필요한 현실적 요소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천씨 사태에서 보듯 명분보다는 양국의 실리를 택하는 외교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천씨 출국 전일인 18일 "천씨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미국 유학행 비자를 신청했다"고 밝혀 천씨의 미국행이 외교적 압력이 아니라 본인 의지에 의한 출국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미국의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천광청의 미국 도착을 고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천씨의 희망을 지원하고 그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며 중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천광청 사건을 미중 양국의 일반적인 외교해법 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천씨는 다당제 민주헌법을 주장해 옥살이을 하고 있는 인권변호사 류샤오보 등 반체제 인사가 아니라 강제 낙태 등 불법을 저지르는 지방 부패 탐관의 실정을 폭로하는 인권운동가 성격이 강한데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코앞에 두고 사건이 발생해 양국의 외교적 타협 필요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도 '미국 대사관 망명→미국 유학'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향후에도 이 같은 해법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국이 이번 사태를 유학이라는 구실로 봉합했지만 제2, 제3의 천광청 사태에서도 이 같은 유연한 자세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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