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로에 선 글로벌 경제] 유가 80달러 붕괴… 아시아엔 '양날의 칼' 비용 줄지만 수출 타격 우려

글로벌 수요 감소 탓에 약세… WTI 한때 79.78弗까지 하락

경상수지 개선 도움주지만 가격 하락 반갑지만은 않아


국제유가의 가파른 추락은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하락에 따라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중앙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과 유가하락의 원인이 유럽과 중국의 수요둔화에 따른 것이어서 결국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원유 생산량은 느는 데 비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2% 떨어진 81.96달러를 나타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26% 하락한 83.78달러에 마감했다. 특히 15일 WTI 가격은 장중 한때 80.01달러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기던 배럴당 80달러 일보 직전까지 갔다. 조너선 바라트 아이어스얼라이언스증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마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유가하락이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가진다고 분석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의 하락은 아시아에 '양날의 칼'"이라며 "낮은 유가가 전세계 경제의 수요 감소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면이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에 다소 완충효과를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는 유가하락으로 절감 가능한 비용이 하루에 18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하락은 물가부담을 덜어줘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의 경우다.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내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전월보다 줄어든 6.5%를 나타냈고 도매물가지수(WPI) 증가율은 2.4%로 5년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 인도 경제의 또 하나의 불안요소인 높은 경상적자를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인도의 경상적자 감소폭은 1년에 최대 10억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 보조금 규모의 축소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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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 등 아시아 내 주요 원유 수입국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는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유가하락으로 통화 긴축 부담을 덜게 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시달리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7.5% 달성을 위해 통화정책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역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유가하락 자체가 소비자 구매력 증대와 비용절감 효과 등으로 인해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밝히는 등 저유가를 반기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인도네시아 등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기업들도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과 소비자 구매력 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항공사인 PT라이온멘타리항공은 "저유가로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논란에 따른 자금유출로 인한 루피아화 약세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의 유가하락이 단순히 공급과잉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수요감소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띠는 이들 아시아 국가들에 악재로 작용, 결과적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유가 하락세가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유럽과 중국의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다리우스 코왈치크 크레디트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우를 보면 저유가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원인이 중국의 수요감소라는 점을 따지면 이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저유가로 인해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유가 국면이 계속되면 아베 신조 정권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2% 달성에는 그만큼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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