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근로시간과 긴 휴가로 유명한 유럽 노동계에서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의 프랑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19일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35시간에서 36시간으로 1시간 늘리자는 회사측의 요구를 압도적인 지지로 받아들였다.
프랑스 론지방 베니시외에 있는 보쉬 공장 근로자 820명은 이날 투표를 실시해 찬성 70%, 기권 28%, 반대 2%로 임금인상없는 근로시간연장을 수용했다. 보쉬측은 투표에 앞서 노조가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생산공장을 임금이 저렴한 체코로 옮길 것이며 300명 규모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35시간인 프랑스에서 추가임금없이 근로시간을 연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노동시간 연장이 노조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됨에 따라 경비절감을 위해 근로시간 연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현재 근로시간 연장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국가의 근로시간 연장에는 독일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독일 최대의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경비절감과 생산성향상을 위해 근로시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가 싼 헝가리로 생산라인을 옮길 수 있다고 노조를 압박해 독일내 2개 전화기공장에서 근로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독일 자동차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노동시간연장 등 비용절감계획에 반발해 노조가 대규모 파업에 나서자 경영진이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혀 노사고통분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밖에 MAN, 린데, 오펠 등 다른 독일의 기업들도 근로시간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유럽의 근로시간 연장 움직임에는 주당 35시간 근로제로 대표되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하지 않고는 인도ㆍ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의 도전에 맞설 수 없다는 유럽기업들의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또 근로시간을 단축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점도 근로시간연장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유럽지역 노조 역시 근로시간연장을 수용해 정리해고를 막겠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