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59> 합창에서 배우는 ‘어울림’

‘무지카 사크라 아 로마(Musica Sacra A Roma)’라는 미팅 뮤직 주관 콩쿠르에서 흑인 영가 1등, 종교음악 부문 2등, 세속음악 부문 3등상을 휩쓴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콘서트 콰이어’. 지휘를 맡은 김혜옥 교수(첫번째 줄 오른쪽 여덟번째)와 합창단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콘서트콰이어


기자가 다양한 클래식 음악 장르 중에 가장 처음 들었던 분야가 바로 합창 음악입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합창단에서 활동했던 경험에서 시작하기는 했지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서 또 다른 음성을 낸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음악은 다양한 요소와 연주자들 간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완성되기 어려운 콘텐츠입니다. 또 음악의 라인을 뜻하는 선율과 다양한 성분 간의 조합을 가리키는 화성이 제대로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했다고 볼 수 없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특히 합창은 전체 속에서의 나, 조직 안에서의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때로는 기악 합주를 뜻하는 오케스트라보다 더 일체성 또는 규칙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튀는’ 순간 전체적으로 음악의 그림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합창 지휘 전문가들은 개성이 매우 강한 음악인들을 자신의 조직에서 이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합니다. 음악적으로 완벽한 공연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재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제일 크겠지요.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기는 하지만 기악과 합창을 모두 다룰 줄 알았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오랫동안 암으로 고생한 이유 중 하나가 ‘남을 잘 공격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따뜻하면서도 철두철미한 성격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합창이든 오케스트라든,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를 향한 배려와 관심이 없으면 지도자도 힘들고 콘텐츠의 관점에서도 완성도를 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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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의 음악대학 합창단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콩쿠르에서 흑인 영가 1등상, 종교음악 부문 1등, 세속음악 부문 1등 등의 실적을 거두는 쾌거를 거뒀다고 합니다. 올해로 50년째 되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콘서트 콰이어’입니다. ‘무지카 사크라 아 로마(Musica Sacra A Roma)’라는 로마 교황청 음악원 주관 콩쿠르에서 한국의 음악 단체가 엄청난 상을 휩쓴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독주자들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휩쓴 것 보다 더한 감동을 느낍니다. 이는 연주실력 못지 않게 합창단원 개개인에게 작품 안에 배어든 다른 문화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딕션(diction·발음)과 해석에 놀랐다.’ ‘젊은 학생들이 조직화된 음악 속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는 평을 남겼다고 합니다. K-Pop 뿐만 아니라 순수 공연 예술 콘텐츠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성과임에는 분명합니다.

최근 들어 정치권과 기업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난맥상을 보면, ‘조직’에 대한 고민 없는 개인의 행동이 집단을 변질시키는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됩니다. 때로는 자신의 지분이나 주장보다도 전체와 어울렸을 때 어떤 밑그림을 연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합창의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소리를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는 데서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길 바랍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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