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권가] 온통 파란색…망연자실

블랙먼데이 강타 국내증시 표정『저뿐만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속은 아마 시커멓게 탔을 겁니다. 말그대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입니다 (투자자 김모씨·39).』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판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갈 수도 없으니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오를 것으로 기다렸는데, 총선후유증에다가 미국주가의 폭락으로 이러다간 정말 깡통차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회사원 박모씨·42).』 개장 4분만에 한국 증권시장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의 폭락해 거래를 일시정지하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AKER)가 걸리자 전국의 증권사 객장은 투자자들의 「피를 토하는」 한숨으로 가득했다. 서울 명동 대우증권 충무로지점에는 이날 평소보다 훨씬 적은 30여명의 고객만이 자리를 지켰을 뿐 아예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투자자들은 오후3시에 장이 마감되고 전광판이 꺼진 뒤에도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내일은 어떻게 될까』하며 사색(死色)의 표정들이었다. 1년 동안 가지고 있던 두 종목 1,500주를 이날 팔았다는 회사원 김모(40·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이제는 탄식하는 단계를 넘어서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자조섞인 목소리로 한탄했다. 전자상거래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국회사의 한국지사에 근무한다는 서모(33)씨는 『최근 나스닥에서 기술주들이 폭락하면서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의 값이 반토막이 돼 수십만달러의 평가손실을 봤다』며 『안정된 직장을 등지고 벤처기업으로 옮긴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다니 정말 허탈하다』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주가가 공황에 가깝게 폭락하자 아예 일손을 놓고 복도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줄담배를 피우는 회사원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울산공단의 근로자들은 서킷 브레이커가 풀린 지 조금 후 반등기미를 보이자 『이제 회복되가는가보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다 오후장들어 다시 폭락세를 이어가자 아예 일손을 잡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했다. 지난해 8월 소속부를 증권거래소로 옮기면서 1인당 400만~500만원의 우리사주를 매입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한 현대중공업 2만여명의 근로자들은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서로 모여 『도대체 끝이 어디냐』를 놓고 걱정스런 얘기를 나누었다. 이 회사 노조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후 계열사 지급보증과 한라중공업의 위탁경영을 해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며 『주가하락사태가 계속될 경우 지난달 주총 이후 개선됐던 회사이미지가 엉망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주가가 끝이 없게 내리막을 거듭하자 투자자들의 원망은 정치권으로 쏠렸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이모(36)씨는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날을 새고 있느니 경제가 잘 될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으며, 광주 진월동에 사는 김월순(60)씨는 『정치권이 좀더 믿음직스런 정치를 하면 마음놓고 투자를 할 텐데 이도저도 아니어서 좌절스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김대혁기자KIMDH@SED.CO.KR 입력시간 2000/04/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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