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산업은 시멘트, 비료, 정유산업 등 대규모 장치화학 산업과는 달리 고도의 기술 집약이 요구되는 정밀화학공업의 한 분야이다. 석유화학제품 및 천연수지, 유지류, 유ㆍ무기 안료 등 광범위한 화공재료를 원자재로 해서 제조하는 종합적인 화학공업으로 무수한 배합설계와 응용시험을 필요로 한다.
도료 산업은 다용도 특수 기능을 지닌 제품이 많고, 제품마다 독특한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기술축적 없이는 발전이 어려운 산업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제품당 연구개발비가 상대적으로 많고 연구기간도 장기간 소요되며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개발 리스크가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광복 직후 건축용 도료 중심으로 출발된 국내 도료산업은 60년대 이후 경제 개발 계획 추진과 더불어 활성화되면서 내수시장을 위주로 국가 기간 산업으로 성장했고, 건설, 조선, 자동차, 전기, 전자 등은 물론 첨단 산업에 이르기 까지 전 산업에 걸쳐 필수적인 소재로 도료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제 구조 고도화에 따라 소비자들은 좀더 특색 있고 기능성이 부여된 제품들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도료 기술 향상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로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선이 모두 손상되어 일대 통신이 마비된 사건이나, 지난 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등과 같이 그 피해가 심각해 사회적으로 대책이 요구되는 사건들이 그 예들이다. 케이블용 난연도료나 내화도료와 같은 새로운 기능성 도료와 각종 난연 및 불연 소재의 개발을 통한 기술적 해결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변에 폭발적으로 증가된 휴대폰, 컴퓨터, TV 등 각종 전자 통신 장비들로부터 나오는 유해 전자파는 그 인체에 미치는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인식됨에 따라 전자파 차폐용 도료와 같은 고기능성 제품 개발이 요청되고 있다.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단열도료 등 각종 기능성을 가진 새로운 도료의 대두가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도료는 주변환경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가꾸는 소재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도료의 도장 공정 중 배출되는 유기용제는 산성비, 광화학스모그 및 지구 온난화 등의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되어 범세계적으로 이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축용 수성도료이외에 기타 공업용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성과가 미진한 실정으로 수용화에 따르는 도막 물성의 저하 및 원재료비 상승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도료산업은 국내에서 기술 집약적인 다품종 소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자본에 의한 기업 운영이 가능해 소수의 대형사 이외에도 영세한 군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저질 저가품의 난립 및 과당 경쟁은 전체적인 도료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전방 수요산업 동향에 따라 도료 산업의 성장세가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으로 단순히 인적, 물적, 금융 자본 투자를 통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타사와는 차별화 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적 안전성과 함께 도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성을 함께 고려한 고기능성 제품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