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주식투자와 고스톱

한때 종합주가지수 800포인트를 넘어 1,000고지로 치달을 것만 같던 주식시장이 700선마저 무너지면서 사회분위기가 축 가라앉고 있다. 상승곡선을 그릴 때 화기애애하던 직장의 분위기는 처져있고, 객장에 모인 주식투자자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져 있다. 부부지간에 『왜 쓸데없는 일을 했느냐?』며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일확천금 할 것처럼 너도나도 들떠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미군단」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다. 몇 포인트 올라 무너진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다음날 십몇포인트 떨어질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지난 89년4월에도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해 나라가 온통 주식투자로 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농촌에서는 소와 땅을 팔고, 어촌에서는 밑천인 선박까지 팔아 주식사재기에 나섰다. 당국이 과열을 우려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대거 허용해 불끄기에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속절없이 곤두박질했고 보유주식을 다 팔아도 증권사에서 꾼 돈을 상환하지 못하는 속칭 깡통계좌가 속출하기도 했다. 스스로 그 소중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는 연일 투자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투자가 아닌 무모한 투기가 부른 결과였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로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많이 개선돼 있고, 경기도 점차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마루가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격언처럼 그동안 주식시장은 너무 급피치로 치솟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조정이 단기간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간 조정의 시작인지는 정말 귀신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인들의 피해다. 주식만 사놓으면 금시발복(今時發福)할 것처럼 착각하는 투자자들의 자세가 문제다. 개미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하게 마련이다. 물론 개중에는 재미를 본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온다. 올들어 4월말까지 외국인들의 투자수익률이 40%수준, 국내기관투자가들의 수익률이 20%수준,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한자릿수에 머물렀다는 평균조사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이처럼 개인들이 재미를 볼 확률이 매우 낮다. 정보와 자금력이 달리는 개인들은 대부분 뒷북을 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다시피 증권·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엄청난 정보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이 이들 기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란 어렵다. 기관은 주가가 오를만한 재료(정보)를 항상 만들어내고 시장을 주도한다. 조작까지는 하지 않는다해도 주가를 띄우는데 혈안이 돼있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증권사들이 발표하는 추천종목이라는 것도 기실은 상품주식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기관들은 뛰어난 정보수집력을 바탕으로 정보에 사서 뉴스에 팔지만, 개인들은 그 반대로 뉴스에 산다. 주식이란 소문에 오르고 정작 발표가 나면 이내 떨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주식투자는 어찌보면 구전을 떼고 치는 고스톱과 비슷하다. 고스톱이 그렇듯이 주식도 밑천이 두둑한 쪽이 이기게 마련이다.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못보는 것은 밑천이 달리기 때문이다. 조급함이 실패의 원인이다. 패가 좋지 않은데도 본전 생각에 계속 「고!」를 하면 백전백패다. 느긋하게 좋은 패가 오기를 기다리면 기회는 잡을 수 있는 법이다.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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