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무책임한 책임보험

사회문화부 鄭斗煥기자자동차 책임보험은 모든 자동차 소유주들이 무조건 들어야 하는 의무사항이다. 차량소유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차를 사면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보험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손해보험업체들은 모두 13개. 90년대 이후 차량이 급격히 늘면서 이들 보험업체들이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챙긴 책임보험 잉여금은 급속히 늘어 지난 97년의 경우 무려 4,882억원에 이른다. 보험업체들은 가만히 앉아서 5,000억원 가까운 돈을 차량 소유자들로부터 받아 챙긴 셈이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이같은 보험업계의 불로소득을 보험료 인하등의 방법으로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주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정경제부가 이를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12월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자율화되는 만큼 업계의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보험료가 인하될텐데 굳이 책임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 자율화로 업계가 챙긴 불로소득이 가입자의 손에 다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보험료가 내리더라도 그 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크다. 더욱이 재경부 입장이 보험업계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어 재경부가 업계를 편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보험업체의 이익이 불로소득에 가까운 것이라면 강제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보험업계는 지금까지 사고차량에 대해서는 엄청난 보험료를 물리면서도 무사고 차량에 대한 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하기만 했다. 더욱이 이제는 불로소득을 되돌려달라는 요구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방관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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